광주 서구 쌍촌동 홀더공동체에는 청각·지체 장애우들이 그린 그림 몇 개가 남아있다. 그림은 온몸에 상처가 난 여자를 성인 남성이 옆에서 만지려는 듯한 장면. 또 바로 옆에는 이 장면을 응시하는 여학생이 그려져 있다.
홀더공동체 김혜옥 씨(39·사진)는 “이 그림은 2005년 당시 학생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인화학교에 재학했던 장애우 중고교생 11명이 3박 4일 동안 집단 심리상담을 받으며 그린 것”이라며 “그림을 통해 극심한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지 6년여가 지났지만 피해 학생들은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우 11명(여학생 6명, 남학생 5명) 가운데 A 양 등 3명은 2005년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으로 직접 상처를 입은 학생들. B 군 등 나머지 8명은 성폭행 가해자인 교장 등에게 반발하다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B 군 등은 A 양 앞에서 인화학교 시절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마음의 상처가 되살아날 것을 우려해서다. A 양 등은 영화 ‘도가니’ 티저 영상을 보고 많이 울었고 영화를 직접 보지도 않았다.
B 군 등은 최근 영화 도가니가 상영되자 홀더공동체 상담사들에게 격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B 군 등은 상담사들에게 “친구들이 받았을 고통을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나고 충격적이다. 힘은 없지만 가해 교직원들을 막 때려주고 욕하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홀더공동체는 2008년부터 두 차례 A 양 등에 대한 도예, 그림 심리치료를 실시했다. 피해 장애우 11명은 현재 9명이 대학 진학 및 구직 준비를 하고 있고, 나머지 2명은 고교에 재학 중이다. 하지만 겉으로는 정상적인 학교, 사회생활을 하는 것 같지만 마음은 극심한 고통 속에 살고 있다는 것. 홀더공동체 측은 A 양 등이 여전히 우울지수가 높고 감정 기복이 심한 상태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산, 지원 부족으로 지속적인 심리치료나 상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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