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의 흥행으로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이 국가적 논란이 되면서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법 개정이 추진된다. 대다수 사회복지법인이 이사회를 친인척과 지인으로 구성해 ‘족벌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관리의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가 감독할 수 있는 근거를 법에 명문화하려는 것이다.
1996년 ‘에바다 사건’, 2006년 ‘성람재단 성추행 사건’, 2009년 ‘목포농아원 성폭력 사건’ 등이 터질 때마다 법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무산돼 이번에 법 개정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도가니 방지법’ 나온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28일 복지재단 투명성 확보 및 족벌경영 방지를 위한 ‘도가니 방지법’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복지재단 투명성 확보 및 족벌경영 방지를 위한 회계·결산·후원금 상세보고 의무화, 공익이사 선임 등 법인 임원제도 개선,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감독기능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진 의원은 “사회복지법인 운영이 사회적 취약계층 보호라는 본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박민식 의원은 이날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미성년자 성폭력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뿐 아니라 선고유예도 배제토록 했으며, 이 같은 성폭력 범죄에 형법상 법관의 재량으로 행해지는 형의 감경이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도록 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인화학교를 폐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위탁 교육을 취소하고 학생들은 전학을 가도록 해 폐교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다.
한편 양승태 신임 대법원장은 이날 도심 영화관에서 직접 이 영화를 관람한 뒤 “오랜만에 보는 영화였는데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충격적이면서 감동적이었다”며 “더는 우리 사회에 이 영화에서와 같은 장애아동에 대한 인권 유린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대법원 관계자가 전했다.
○ 성폭력 폭행 횡령으로 얼룩진 특수시설
영화 ‘도가니’의 배경이 된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과 비슷한 사례는 그동안 꾸준히 있었다. 1996년 11월에 터진 ‘에바다 사건’이 대표적이다. 경기 평택시 에바다복지회는 농아원과 학교, 장애인종합복지관을 갖추고 정부로부터 운영비 전액을 보조 받아 시설을 운영했다. 하지만 인권침해와 재단비리를 견디지 못한 청각장애아들의 집단 농성으로 세상에 알려진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재단 이사회는 모두 3억여 원의 국고 지원금을 횡령했고 장애 아동을 제본공장에 보내 새벽까지 강제 노역을 시키고 임금까지 빼돌렸다. 또 평택 미군들이 봉사활동 명목으로 시설에 찾아와 장애아동을 성추행했지만 시설은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사회복지법인 성람재단에서도 2006년 6월 장애여성 성추행 사건이 터졌다. 장애인들이 2006년 140여 일 동안 노숙 농성까지 벌이며 투쟁한 끝에 이사장이 수십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되고 100여 건의 위법사항과 인권침해 사례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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