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그늘 아래 놓인 커다란 발자국.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발바닥 모양의 평상과 스프링 의자로 만들어진 벤치다.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나무 평상에 올라 쉴 수 있고 엄지발가락부터 새끼발가락 모양 의자 5개에는 스프링을 달아 놔 앉아 있으면 마치 발가락이 꼼지락대는 것처럼 보인다.
서울시는 ‘2011 공공디자인 시민공모전’ 대상 수상작으로 발바닥 모양 낙서에서 영감을 얻은 이수정 씨(원광대 미술대 디자인학부)의 ‘발가락 벤치’를 선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씨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어른부터 아이까지 즐겁게 쉴 수 있는 벤치”라며 “발바닥 부분의 움푹 들어간 공간에 나무를 배치해 그늘이 드리워진 휴식공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시는 ‘재미있는 디자인’을 주제로 한 벤치·의자 부문과 기타 공공시설물 부문 775점의 응모작 가운데 수상작 101점을 선정했다. 지난해 서울이 ‘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로 지정돼 해외 출품작도 32개국에서 115점이 접수됐다. 벤치·의자 디자인 부문 금상에는 그리스 출신 마놀리스 아나스타사키스 씨의 ‘은행나뭇잎 벤치’와 캐나다 출신 내털리 자와드키 씨의 ‘직물벤치’가 선정됐다. 기타 공공시설물 부문 금상에는 김보경·백은하 씨가 디자인한 계단손잡이(동행)와 최창현·박현경 씨의 지하철 환기구 시설물(춤추는 잎새들) 2개 작품이 선정됐다.
시는 11월 지하철 2, 4, 5호선 환승역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개최되는 ‘유네스코 창의도시 서밋’에서 시상식과 함께 작품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시회에서는 수상작품을 실물 크기로 제작해 시민들이 시설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시는 다음 달 1일부터 8일까지 마포·종로 서울디자인지원세터와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시민과 디자이너가 함께 참여하는 디자인 시민 문화 축제를 개최한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격자무늬 바코드)를 확인하면 수상작 101점 전체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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