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서울복지병원 장례식장에서 철가방 천사 김우수 씨의 영결식이 열렸다. 어린이재단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탤런트 최불암 씨(왼쪽에서 네 번째)가 상주 역할을 맡았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당신에게서 우리는 천사를 보았습니다.’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복지병원 지하 장례식장. 사진 속의 그는 늘 그렇듯 환하게 웃고 있었다. 자신의 처지를 이기고 세상에 사랑을 뿌리고 간 사람. 바빠서, 월급이 적어서, 돌볼 가족이 많아서…. 갖은 이유로 이웃을 돕는 것을 남의 일로 여겼던 우리에게 부끄러움을 준 그는 모두의 마음에 사랑을 뿌리고 간 천사였다.
이날 오전 중국집 배달원으로 일하며 다섯 어린이를 도와 온 ‘철가방 천사’ 김우수 씨의 영결식은 서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치러졌다. 영결식은 김 씨가 평소 성경을 지니고 다니며 읽었다는 점 때문에 예배로 진행됐다.
영결식에 참석한 120여 명은 사진 속 김 씨를 보며 입을 꾹 다문 채 눈물만 흘렸다. 고진광 한국자원봉사협의회 대표가 추도사를 낭독하자 곳곳에서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
“가족 없이 외롭게 살았다는 당신의 빈소는 영부인부터 길 가던 노숙인까지 세상 모든 사람이 모이는 자리가 됐습니다. 오늘 당신의 작은 발자국은 우리에겐 큰 발자국으로 남을 것입니다.”
평소 김 씨와 가족처럼 지냈던 중국집 사장 이금단 씨(45)와 동료들도 자리를 지켰다. 먼발치에서 운구 행렬을 지켜보던 교사 이상민 씨(50)는 “경기도에 사는데 서울 출장길에 들렀다”며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부분들을 전달해 주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김 씨의 관을 실은 운구차는 오후 1시 장례식장을 출발해 오후 2시경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 도착해 화장됐다. 김 씨의 마지막 길에는 어린이재단과 월드비전 관계자, 김 씨의 동료 50여 명이 함께했다. 화장식이 끝난 뒤 김 씨의 유골함은 예원추모관으로 옮겨졌으며 김 씨가 생전에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 평소 읽던 성경, 그리고 후원 아동에게 받은 편지가 유골함과 함께 안치됐다. 오전부터 비를 뿌리던 날씨는 어느새 활짝 개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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