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공판 女검사, 분노의 심경 담은 글 올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30일 18시 10분


영화 '도가니'에서 청각장애인 학교 성폭력 사건의 재판 도중 교사인 피고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법정이 소란해지자 인권단체 간사 역의 배우 정유미(오른쪽)가 피해 아동을 감싸 안고 있다. 삼거리픽쳐스 제공
영화 '도가니'에서 청각장애인 학교 성폭력 사건의 재판 도중 교사인 피고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법정이 소란해지자 인권단체 간사 역의 배우 정유미(오른쪽)가 피해 아동을 감싸 안고 있다. 삼거리픽쳐스 제공
영화 '도가니' 흥행 돌풍으로 광주 인화학교 장애아동 성폭력 사건 당시 수사와 재판의 적절성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당시 공판을 맡았던 여검사가 이 사건에 대한 분노의 심경을 담은 글을 검찰내부통신망에 올렸다.

2007년 1심 공판 검사였던 법무부 법무심의관 임은정(37.여) 검사는 30일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e-pros)에 '광주 인화원..도가니..'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을통해 "어제 '도가니'를 보고 그때 기억이 떠올라 밤잠을 설쳤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해 상반기 이 사건 공판검사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의 피해자들을 증인신문하고현장검증을 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임 검사는 "피해자들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재판 결과에 경찰, 검찰, 변호사, 법원의 유착이 있을 것이라고 오해하는 건..어찌보면 당연하다 싶다"며 사회적 비난 여론에 공감을 표했다.

그는 "속상한 마음도 없지 않지만 이 영화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자화상을 반성하는 기촉제가 된다면, 그래서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도가니를 막을 수 있다면 감수하지 못할 바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임 검사는 지난 2007년 3월 공판 당일과 작가 공지영씨의 책 '도가니'를 읽은 때인 2009년 9월 직접 싸이월드에 올린 글도 함께 공개했다.

2007년 3월12일 공판 직후 일기형식으로 올린 글에서 그는 "6시간에 걸친 증인 신문 시 이례적으로 법정은 고요하다. 법정을 가득 채운 농아들은 수화로 이 세상을향해 소리없이 울부짖는다"며 "그 분노에 그 절망에 터럭 하나하나가 올올이 곤두선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지속돼온 짓밟힘에 익숙해져버린 아이들도 있고, 끓어오르는 분노에 치를 떠는 아이들도 있고..눈물을 말리며 그 손짓을 그 몸짓을 그 아우성을 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임 검사는 특히 "변호사들은 그 증인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는데 내가 막을수 없다. 그들은 그들의 본분을 다하는 것일텐데 어찌 막을 수가 있을까"라며 당시 가해자들의 변론을 맡았던 변호인들에 대한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 대신 세상을 향해 울부짖어 주는 것, 이들 대신 싸워주는 것, 그래서 이들에게 세상은 살아볼만한 곳이라는 희망을 주는 것, 변호사들이 피고인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처럼 나 역시 내가 할 일을 해야겠지"라고 말했다.

임 검사는 2009년 9월20일 작성한 글에서는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왔다는 뉴스를 들었다"며 "현실적으로 성폭력에 관대한 선고형량을 잘 아는 나로서는 분노하는 피해자들처럼 황당해하지 않지만 치가 떨린다"고 당시 재판부를 간접적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한편, 한상대 검찰총장은 이 영화와 관련한 질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검 국정감사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이번 주말 영화를 직접 관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승태 신임 대법원장도 지난 28일 서울 중구 명동 CGV에서 영화를 직접 관람하고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충격적이면서 감동적이었다"며 "다만 재판과정을 사실과 다르게 보여줌으로써 사법에 대한 신뢰가 근거 없이 훼손된 점이 안타깝다"고 말한 바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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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추천 많은 댓글

  • 2011-10-01 01:35:54

    안과응보라는 말이 있다.자기가 한 일은 반드시 자기에게로 돌아온다는 말이다.당시의 변호사나 판사 범인들은 자기가 지은 죄값을 반드시 받게된다.형편없는 골빈판사가 중범죄인들을 집행유예로 풀어주었다고 죄값이 다 해결된것은 아니다.남은 죄값은 죽기전에 본인이 받게되거나 자기 자식대에는 반드시 받게된다.이것은 철칙이다.한국사회에는 골빈판사들이 정말 큰 문제다.인간의 상식조차도 갖추지못하고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이 문제다.유독 종북좌익들과 흉악범죄인들에게 관대하니 사회가 개판이되어가고있다.법이 망가지면 민주주의 자체가 망가진다.그렇다면 선량한 국민들을 보호하기위해서라도 민주주의를 접고 독재정권이 들어 설 수 밖에 없을것이다.

  • 2011-10-02 12:10:14

    그 판사는 물론 천벌이든 뭐든 합당한 벌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위의 여검사에게도 너무나도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내가 위의 여검사 입장이었다면 재판에 지고 나서 어떻게 행동해야 했을까. 여검사의 '그아이구나 그 아이구나'라는 글이 아프게 찌른다. 패소하고 나서 여검사는 다른 사건에 전념하느라 위의 사건을 완전히 잊었었는가?

  • 2011-10-01 01:26:29

    33살의 풋내기 여검사가 해내기에는 어려운 사건이엇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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