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정장… 최고급 메이크업… 입사 면접 뺨치는 수시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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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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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운항-호텔경영-비서학과 등 일부학과 경쟁과열

H대 항공관광과 수시 모집 면접을 앞둔 학생이 인터넷 수능 카페에 올린 메이크업 및 정장 관련 질문. 이 카페에서는 ‘메이크업·헤어·정장’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네이버 카페 캡처
H대 항공관광과 수시 모집 면접을 앞둔 학생이 인터넷 수능 카페에 올린 메이크업 및 정장 관련 질문. 이 카페에서는 ‘메이크업·헤어·정장’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네이버 카페 캡처
호텔리어가 꿈인 박모 군(18)은 이번 달 중순에 있을 I대, H대 호텔경영과 수시모집 면접을 앞두고 100만 원 상당의 명품 정장과 30만 원이 넘는 구두를 마련했다. 박 군은 “인터넷 수능 카페에서 최대한 전문 호텔리어처럼 보여야 합격할 수 있다는 내용의 면접 후기를 보고 나니 고급 정장과 구두를 사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B대·K여대 비서행정과, H대 항공관광과, K대 항공관광과 등 4개 학과의 수시모집 면접을 앞두고 있는 김모 양(18)도 20만 원짜리 정장을 마련했다. 이 중 ‘안경 착용 불가’라는 면접 규정이 있는 학교도 있어 7만 원을 주고 콘택트렌즈도 샀다. 면접날에는 미용실에서 5만∼8만 원을 주고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링을 받을 예정이다. 김 양은 “아버지가 안 계시고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피자집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으로 면접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관광학과, 호텔경영과, 항공관광과, 비서행정과 등 일부 학과 수시모집 지원자 사이에서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링을 받고 고급 정장을 마련하는 데 수십∼수백만 원을 쓰는 과열 경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면접관에게 조금이라도 잘 보이려면 투명 메이크업과 단정하고 세련된 헤어, 교복 대신 전문성을 돋보이게 하는 정장이 필수라는 소문과 면접후기가 과열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지원자 다수는 “학교 측에서 수시모집 요강이나 입시 설명회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멋지게 보이기’를 권장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한 대학 항공관광과는 모집 요강에 ‘면접 시 교복 또는 정장을 착용하고 여자 지원자는 가급적 5∼7cm 하이힐을 신을 것. 안경 착용 불가’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또 다른 대학 항공관광과는 ‘무릎길이의 치마 정장’을 권장한다. ‘피부상태, 얼굴 크기와 균형’을 면접 고려사항으로 해 메이크업을 하고 몸매의 균형을 살려줄 정장을 입도록 간접적으로 권하는 학교도 있다.

특히 항공운항과 등 승무원 관련 학과에 지원한 학생들은 아예 승무원 학원에 등록하는 경우도 많다. 150만 원가량을 내고 등록하면 정장, 헤어, 메이크업까지 한꺼번에 해결되기 때문이다. 김모 양(18)은 “4개 학과에 지원해 면접 때마다 메이크업을 받으면 부담이 클 것 같아 최근 학원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관련 학과들은 과열 경쟁이 벌어지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태도다. 경인여대 항공관광과 관계자는 “지원자들이 적극적으로 자기표현을 하는 것을 막을 순 없다”고 말했다. 수원과학대 항공운항과 관계자는 “교복을 입지 않은 재수생과의 형평 차원에서 복장이나 메이크업을 제재할 수 없어 정장과 교복을 동시에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하공업전문대는 이런 비판을 의식해 항공운항과, 호텔경영과, 비서과 지원자에게 면접 전 학교에서 티셔츠와 신발을 나눠줘 의상 경쟁을 방지하고 있다. 한서대 항공관광과도 올해부터 면접 규정에 ‘메이크업 금지’ 조항을 넣어 메이크업 여부를 검사한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 관계자는 “학교에서 구체적인 복장과 메이크업 관련 규정을 만들어야 학생들이 합격을 위해 수백만 원까지 들이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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