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제2 도가니 막으려면 통제장치 필요”

인화학교 이사진 해임소송 담당한 김상훈 변호사

광주 인화학교의 사회복지법인 이사진 해임소송을 맡았던 김상훈 변호사(39·사진)는 2일 “최소한의 통제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제2의 인화학교 사태는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1999년 김대중 정부 시절 감독기관인 시군구의 사회복지기관 법인 이사 승인 및 승인 취소 규정이 규제 철폐 차원에서 삭제되면서 견제기능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인화학교의 이사진 교체와 관련한 소송 대리를 하면서 현 제도의 문제점을 실감했다고 했다. 사회복지기관이 효율적으로 감독하기 어려워지면서 적지 않은 기관에서 불법과 탈법이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성폭행 사건이 불거진 뒤인 2006년 광주 광산구와 광주시, 광주시교육청은 인화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우석’과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 간 중재를 시도했다. 법인 측의 무성의와 불참으로 중재는 실패했고 광산구는 우석의 이사 5명과 감사 2명에 대해 해임명령을 내렸다.

우석은 같은 해 9월경 광주지법에 해임명령 취소소송을 냈다. 김 변호사는 광산구 측 소송을 맡아 이사진 교체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는 “교직원들에 의해 학생들이 성폭행을 당한 만큼 이사진이 교체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법정 공방 끝에 재판부는 2007년 1월경 소송을 각하했고 이사진은 교체됐다.

그러나 새 이사진을 놓고 ‘그 나물에 그 밥’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광주시교육청은 인화학교 폐쇄를, 광주시는 보조금을 중단할 수 있었지만 학생들 때문에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영화 ‘도가니’의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최근 광주시교육청은 우석 측에 이사진 교체 등 법인 정상화를 재차 촉구했다. 하지만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광주시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화학교 대책이 빈껍데기라고 질타했다.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은 “교육청이 지금까지 뭘 하다가 구체적 실현 가능성이 없는 대책만 내놓은 것이냐”고 따졌다. 김 변호사는 “사회복지기관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소한의 통제가 가능하도록 관련법을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