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사이트 연예기사 제목들이다. 이런 기사를 클릭하면 꼭 사진이 뜬다. 조신하고 단아한 이미지의 여자 연예인은 입술을 내밀고 눈을 게슴츠레 뜬 팜파탈로, 순하게 눈웃음치던 남자 연예인은 왕(王)자 복근을 드러내며 ‘짐승남’으로 돌변해 있다. 비호감 낙인이 찍힌 연예인이 아닌 이상 댓글 반응은 대부분 호의적이다. 마치 양파처럼 깔수록 색다른 매력이 나타나는 ‘볼매’(볼수록 매력적이라는 뜻의 인터넷 은어) 남녀가 최고 인기를 누리는 세상이다.
이는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10월 중 많은 초등학교가 수련회를 떠나는데, 적잖은 학생들이 수련회를 자신의 팔색조 매력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로 여기기 때문이다. 특히 레크리에이션 장기자랑 시간에 숨은 끼를 발산하거나 남다른 패션 센스를 보여주면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짱’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설렘과 기대도 많다.
서울 S초등학교 4학년 강모 양(10)은 수련회를 앞두고 장기자랑 시간에 선보일 걸그룹 ‘미쓰에이’의 노래 ‘Good bye baby’ 안무를 준비 중이다. 친구들에게 ‘네가 이런 모습도 있었니’라는 말을 듣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검색해 매일 시간 날 때마다 따라 춘다. 핵심적인 무대 콘셉트는 ‘진지함’.
“제가 평소 잘 웃고 장난기가 많은 편이에요. 그런데 한편으론 제가 굉장히 진지한 면도 있다는 걸 확실히 알리고 싶어요. 어떻게 보여 주냐고요? 장난기를 쏙 빼고 춤에 폭 빠진 모습을 보이는 거죠. 절대 웃지 않고 정색한 채로 출 거예요.”(강 양)
진지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강 양은 표정 연기도 연습 중이다. ‘왜 애써 너를 믿어주려 했는지 몰라’라는 가사에 맞춰 어깨를 들썩하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아무런 말도 하지 말고 이대로 사라져 주는 거야’라는 가사에선 눈썹을 찡긋하며 화난 표정을 거울 앞에서 지어보는 것. 수련회 하루 전날엔 의상을 갖춰 입고 가족들 앞에서 리허설 무대도 가질 계획이란다. 실수를 하더라도 배시시 웃지 않고 노련하게 넘기는 게 포인트다.
평소 모범생 이미지로 굳어진 초등학생도 의외의 매력을 보여주겠다는 남다른 기대를 품는다. 공부 잘 하는 모범생이 인기가 많다는 건 옛말. 요즘엔 놀 줄도 알고 공부도 잘하는 팔방미인이 최고 ‘인기남’ ‘인기녀’ 자리에 등극하기 때문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공부 잘하고 성실한 이미지라는 서울 M초등학교 6학년 김모 양(12)이 장기자랑 무대에 나서기로 결심한 배경에도 그런 깜찍한 속셈(?)이 담겨 있다. 김 양은 친구 7명과 함께 걸그룹 ‘f(x)’의 ‘피노키오’ 안무를 맹연습 중이다. 수련회 3주 전부터 방과 후 소강당에 모여 매일 2시간 반씩 연습할 정도.
같은 초등학교 6학년 정모 군(12)도 성실한 모범생으로 소문난 학생. 그는 벌써부터 수련회에 무슨 옷을 입고 갈지 정했다. 와이셔츠에 까만 재킷. 거울 앞에서 3번쯤 옷을 갈아입으며 ‘나홀로 패션쇼’를 펼친 뒤 고심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 무엇보다 살짝 불량(?)해 보이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얌전한 줄만 알았던 제가 이런 옷을 입고 나타나면 친구들이 몰랐던 저의 터프한 매력에 내심 놀라지 않을까요? 헤헤.”(정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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