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출신 교수와 학생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면 그 사람의 이름을 붙이기 위해 다리 이름을 짓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국립대 가운데 첫 법인화대학인 울산과학기술대(UNIST) 조무제 총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캠퍼스 안에 있는 다리 9개에 이름을 붙이지 않은 이유가 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2009년 첫 신입생을 맞은 이공계 특성화 대학인 UNIST는 대학 중앙의 거대한 호수(까막못)를 중심으로 학술정보관과 공학관, 대학본부 등 주요 건물이 마치 부채 모양처럼 펼쳐져 있다. 호수에서 흘러나오는 실개천 물줄기 때문에 학술정보관과 학생회관 등 캠퍼스 내 건물 주변에는 9개의 다리가 설치돼 있다.
이들 이름 없는 9개의 다리가 UNIST의 비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이다. 개교 10년 후인 2020년 세계 30위권, 20년 후인 2030년 세계 10위권 대학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를 모델로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첨단융합학문 분야의 창의적인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런 비전과 궤를 같이해 앞으로 2030년까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한편 수상자 이름으로 무명의 다리 이름을 채워 나가겠다는 것이 UNIST 측의 구상이다. 무명의 다리 이름을 모두 채우기 위해서는 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야 하는 셈이다.
무명의 다리는 대학 설립부터 지금까지 학교를 이끌고 있는 조 총장이 직접 제안한 아이디어다. 조 총장은 UNIST가 국내 일류가 아닌 세계 일류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는 것을 줄곧 강조해왔다. 대학 측이 최근 도입하기로 한 쿼터제 학기 역시 학생들이 가능한 한 젊은 시기에 연구 성과를 집적함으로써 향후 노벨상 수상 등 세계적 인재로 성장하는 데 보탬이 되게끔 하자는 의미도 있다. 조 총장은 “UNIST를 미래의 아인슈타인, 미래의 에디슨, 미래의 빌 게이츠를 꿈꾸는 학생들이 그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UNIST는 20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2030 비전 선포식’을 열고 대학 발전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또 최근 임기가 만료된 이두철 이사장(삼창기업 회장) 후임으로 세계적인 유명 인사를 초빙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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