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적정하게 배치하기 위한 법률인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이 8월 초 국회에 제출된 이후 전국에서 이를 둘러싼 찬반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역차별 해소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정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비(非)수도권에서는 여전히 수도권 집중이 우려된다며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 수도권 “이제는 차분히 논의해야”
여야 국회의원 19명은 8월 초 공항과 항만 주변지역에서 화물 가공, 조립, 수리, 제조 등을 위한 시설을 허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은 다른 지역 의원들의 반발로 아직 해당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인천국제공항, 인천항, 평택항 등 수도권 항만구역 900만 m²와 공항구역 86만 m²에서 공장 신증설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은 수도권 규제로 개발이 뒤처지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로 꼽힌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제정된 1982년 9만여 명이었던 인천 강화도의 인구는 현재 6만7000명으로 줄었다. 북한 접경지역이라 군사시설보호법 규제까지 겹쳐 대학 신설 금지, 개발부담금 부과 등의 규제가 발목을 잡았고 비수도권에 주는 각종 세제혜택도 받지 못했다. 오호균 인천시 항만공항해양국장은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도 수도권 역차별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항만업계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인천 옹진군, 경기 연천군도 사정이 비슷해 수도권에서 제외해 달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다만 경기도는 이번 개정안이 인천지역의 이해를 반영한 것이어서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 지방은 “수도권 이기주의”
비수도권지역에서는 인구집중 유발시설의 신증설을 차단하던 관련법이 개정되면 항만 주변지역 개발과 관련해 큰 혼선이 빚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시는 “이번 개정안은 수도권에 거대한 고부가 가치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결과를 가져와 수도권 집중이라는 폐해를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남도도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분산한다는 지역균형발전 시책에 크게 어긋난다”며 법 개정 저지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강원도는 최근 서울∼춘천 고속도로와 전철 개통으로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좋아져 강원도로의 기업 이전이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찬서리를 맞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호남권 3개 시도와 영남권 5개 시도는 조만간 동법 개정안 반대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기로 했다.
수도권 항만과 공항 주변지역에 지정된 자유무역지역에는 물류 관련 제조업체를 유치할 수 있고 각종 혜택도 볼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법 개정이 필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유무역지역에서는 교역, 생산, 투자 등 경제활동에 대한 각종 세제감면뿐만 아니라 행정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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