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피플&피플/인천새터민지원센터 임순연 수녀-유영주 팀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5일 03시 00분


“홀몸노인 집 다녀온 탈북여성, 남한에도 불우이웃 있냐며 놀라”

탈북 여성을 위한 멘토링과 치유상담을 하고 있는 인천새터민지원센터의 임순연 수녀(센터장·오른쪽)와 방문상담을 맡고 있는 유영주 
팀장이 탈북 여성들이 판매하기 위해 정성껏 만든 수세미를 들어 보이고 있다. 탈북자 출신인 유 팀장의 얼굴은 본인 요청에 따라 
모자이크로 처리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탈북 여성을 위한 멘토링과 치유상담을 하고 있는 인천새터민지원센터의 임순연 수녀(센터장·오른쪽)와 방문상담을 맡고 있는 유영주 팀장이 탈북 여성들이 판매하기 위해 정성껏 만든 수세미를 들어 보이고 있다. 탈북자 출신인 유 팀장의 얼굴은 본인 요청에 따라 모자이크로 처리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한국에서의 생계를 위해 간병인 교육을 받은 한 탈북 여성이 현장실습을 위해 홀몸노인 집을 방문하고 나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저에게 ‘수녀님. 남한에 나보다 더 어렵게 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놀라워하더군요.”

전국에서 가장 많은 1300여 명의 새터민(탈북 주민)이 한 동네에 모여 사는 인천 남동구 논현1동에서 (재)인천천주교 유지재단 부설 ‘인천새터민지원센터’를 이끌고 있는 임순연 수녀는 “탈북자들에게 한국에 더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불우이웃이 많다는 실상을 입국 초기부터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생긴 높은 기대 속에 한국에 온 탈북자들 대부분이 정부가 주는 46m² 남짓한 영구임대아파트에 살면서 상대적 허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것.

2007년 새터민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그는 “우리 국민이 탈북자들을 대할 때 소위 ‘반공 회로’가 작동해 경계를 하고 심지어 저 사람 간첩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며 “탈북 주민들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대하는 긍정의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수녀와 함께 새터민지원센터를 이끌며 탈북 여성을 대상으로 방문 상담을 펼치고 있는 탈북자 출신의 유영주 팀장(34)은 더욱 할 얘기가 많다. 그는 탈북자 출신 가운데 처음으로 ‘주민자치회의 자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초 남동구 논현1동 주민자치위원으로 위촉된 유 팀장은 ‘가족폭력전문상담원’과 ‘상담 코칭 전문가’ ‘사회복지사 2급’ 등 모두 5개의 자격증을 따낸 ‘똑순이’. 요즘도 야간 대학에 나가 배움을 계속하면서 탈북 여성의 조기 정착을 돕고 있다. 현재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총 2만2000여 명. 이 가운데 70%가 여성이다.

그는 “정부가 ‘탈북자가 현장직에서 3년 동안 직장을 바꾸지 않고 착실하게 일하면 한국 정착에 성공’한 것으로 판단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기준”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새터민은 ‘자신을 사회로 이끌어 줄 끈’을 찾고 있다. 어려움이 있을 때 모든 속내를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의형제 같은 ‘한국 친구’를 진심으로 원하고 있다. 유 팀장은 “정부가 탈북자 기를 살리는 정책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능력 있는 새터민을 중용(重用)해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인천시와 남동구청, 논현1동사무소, 남동구 보건소 등 4개 기관에 1명씩 임시직원으로 탈북 주민 출신을 채용하고 있어 새터민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는 것.

임 수녀와 유 씨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4월부터 탈북 여성을 대상으로 ‘단기 치유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 여성가족부 공동 협력 사업으로 탈북 여성을 위한 집단 및 개별상담은 물론이고 집으로 찾아가는 상담도 한다. 탈북 여성의 경우 북한에서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탈북 과정에서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 미혼모가 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인과의 사이에서 딸을 낳은 유 씨는 “탈북할 때 브로커의 도움을 받는데 그 대가로 중국 남성에게 팔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인천 새터민지원센터가 펼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탈북 여성들은 “같은 처지의 탈북자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는 데다 말 못할 고민을 개별 상담을 통해 털어놓을 수 있어 큰 위안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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