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을 위한 멘토링과 치유상담을 하고 있는 인천새터민지원센터의 임순연 수녀(센터장·오른쪽)와 방문상담을 맡고 있는 유영주
팀장이 탈북 여성들이 판매하기 위해 정성껏 만든 수세미를 들어 보이고 있다. 탈북자 출신인 유 팀장의 얼굴은 본인 요청에 따라
모자이크로 처리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한국에서의 생계를 위해 간병인 교육을 받은 한 탈북 여성이 현장실습을 위해 홀몸노인 집을 방문하고 나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저에게 ‘수녀님. 남한에 나보다 더 어렵게 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놀라워하더군요.”
전국에서 가장 많은 1300여 명의 새터민(탈북 주민)이 한 동네에 모여 사는 인천 남동구 논현1동에서 (재)인천천주교 유지재단 부설 ‘인천새터민지원센터’를 이끌고 있는 임순연 수녀는 “탈북자들에게 한국에 더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불우이웃이 많다는 실상을 입국 초기부터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생긴 높은 기대 속에 한국에 온 탈북자들 대부분이 정부가 주는 46m² 남짓한 영구임대아파트에 살면서 상대적 허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것.
2007년 새터민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그는 “우리 국민이 탈북자들을 대할 때 소위 ‘반공 회로’가 작동해 경계를 하고 심지어 저 사람 간첩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며 “탈북 주민들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대하는 긍정의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수녀와 함께 새터민지원센터를 이끌며 탈북 여성을 대상으로 방문 상담을 펼치고 있는 탈북자 출신의 유영주 팀장(34)은 더욱 할 얘기가 많다. 그는 탈북자 출신 가운데 처음으로 ‘주민자치회의 자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초 남동구 논현1동 주민자치위원으로 위촉된 유 팀장은 ‘가족폭력전문상담원’과 ‘상담 코칭 전문가’ ‘사회복지사 2급’ 등 모두 5개의 자격증을 따낸 ‘똑순이’. 요즘도 야간 대학에 나가 배움을 계속하면서 탈북 여성의 조기 정착을 돕고 있다. 현재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총 2만2000여 명. 이 가운데 70%가 여성이다.
그는 “정부가 ‘탈북자가 현장직에서 3년 동안 직장을 바꾸지 않고 착실하게 일하면 한국 정착에 성공’한 것으로 판단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기준”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새터민은 ‘자신을 사회로 이끌어 줄 끈’을 찾고 있다. 어려움이 있을 때 모든 속내를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의형제 같은 ‘한국 친구’를 진심으로 원하고 있다. 유 팀장은 “정부가 탈북자 기를 살리는 정책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능력 있는 새터민을 중용(重用)해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인천시와 남동구청, 논현1동사무소, 남동구 보건소 등 4개 기관에 1명씩 임시직원으로 탈북 주민 출신을 채용하고 있어 새터민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는 것.
임 수녀와 유 씨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4월부터 탈북 여성을 대상으로 ‘단기 치유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 여성가족부 공동 협력 사업으로 탈북 여성을 위한 집단 및 개별상담은 물론이고 집으로 찾아가는 상담도 한다. 탈북 여성의 경우 북한에서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탈북 과정에서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 미혼모가 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인과의 사이에서 딸을 낳은 유 씨는 “탈북할 때 브로커의 도움을 받는데 그 대가로 중국 남성에게 팔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인천 새터민지원센터가 펼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탈북 여성들은 “같은 처지의 탈북자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는 데다 말 못할 고민을 개별 상담을 통해 털어놓을 수 있어 큰 위안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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