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이 떨어졌네”… 냉장고 통해 주문-결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5일 03시 00분


■ 스마트 쇼핑시대 활짝

“‘카레여왕’은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만든 웰빙 카레입니다.”

카트를 밀고 식품코너에 들어서는 순간 카트에 붙어 있는 태블릿PC 화면에 ‘O× 퀴즈’가 나왔다. 손가락으로 ‘O’ 버튼을 터치하자 ‘정답’이라는 표시와 함께 결제할 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가 500점 적립됐다.

사려고 마음먹었던 ‘진한 콩국수’를 화면에 입력하자 상품의 위치, 가격과 함께 요리법이 화면에 떴다. 요리법은 조금 복잡해서 한 번 보고 외우기가 어려웠다. 태블릿PC 화면 밑의 ‘폰 전송’ 버튼을 눌러 스마트폰에 저장했다.

카트에 물건을 담고 계산대로 향하자 태블릿PC 화면에는 통로 옆에 입점한 브랜드들의 동영상 광고가 나왔다. 카트가 움직이는 경로를 따라 각종 할인행사에 대한 정보를 자동으로 알려줬다.

계산대 앞에 서자 이번에는 제휴 할인이 되는 카드사의 광고가 나왔다. 계산대에 있는 근거리무선통신(NFC) 칩에 스마트폰을 갖다대 결제를 마치자 전자영수증이 스마트폰으로 자동으로 전송됐다.

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이마트 성수점에서 살펴본 ‘스마트 카트’를 이용한 쇼핑 현장이다.

○ IT 만나 꿈을 현실로 만든 유통매장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미래의 쇼핑 기술이 ‘현재형’으로 우리 삶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가 통신 및 전자업체들과 함께 다양한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것.

이마트가 이날 선보인 스마트 카트 서비스는 SK텔레콤과 손잡고 스마트폰, 태블릿PC, 실내 위치정보 시스템 ‘지그비(Zigbee)’ 등을 결합해 만들었다. 이마트가 시범 서비스에 도입한 스마트 카트는 10대. 고객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미리 쇼핑 정보를 얻고 구매 리스트를 작성한 뒤 매장을 찾으면 스마트 카트에 달린 태블릿PC가 고객의 스마트폰과 연동해 실시간으로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고객들의 움직임을 자동으로 인식해 구입할 물건이 있는 곳까지 최단 경로를 알려주고 각종 세일 정보나 과거 구매목록도 손쉽게 전해준다.

이마트는 올해 안에 점포마다 스마트 카트를 200대씩 도입할 계획이다. 박주형 이마트 전략경영본부 부사장은 “유통과 통신 분야에서 각각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마트와 SK텔레콤의 노하우를 결합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유통업계에선 홈플러스가 지난달 지하철 승강장 등에 상품 사진과 QR코드(격자무늬 바코드)가 달린 스크린을 설치하고 스마트폰으로 상품을 살 수 있는 ‘가상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 집 안 쇼핑도 변화 바람 솔솔


집 안에서 하는 쇼핑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국내 전자업체들이 내놓은 ‘스마트 냉장고’가 식품 쇼핑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냉장고는 이제 단순히 식품을 보관하는 기기가 아니라 PC를 대신해 식품 쇼핑의 중심 역할을 떠맡게 됐다.

홈플러스와 LG전자는 3일 스마트 냉장고를 통해 직접 쇼핑을 할 수 있는 ‘웹 오더링 시스템’을 시작했다. LG전자 스마트 냉장고를 사용하는 고객은 냉장고에 붙어 있는 액정표시장치(LCD) 화면을 통해 필요한 식품을 주문하고 즉시 결제도 할 수 있다. LG전자는 이달 중 스마트폰으로 냉장고 안에 있는 식품을 확인해 필요한 식품을 구입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 2011’에서 쇼핑과 결제가 가능한 스마트 냉장고를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IT와 쇼핑의 결합이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실제 소비자 편익은 그다지 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이날 스마트 카트 시연회를 지켜본 이마트 관계자 사이에서도 “스마트 카트가 없어도 매대 위치나 할인 정보 정도는 매장에서 쉽게 알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스마트 카트가 제조업체의 광고 채널을 넓히고 유통업체의 수익을 증가시키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면서도 “앞으로 실제로 소비자에게 더욱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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