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구조하다 순직 소방관 현충원 안장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5일 22시 55분


강원 속초시립 납골당에 가안치돼 있는 김종현 소방교의 영정.
강원 속초시립 납골당에 가안치돼 있는 김종현 소방교의 영정.
4일 오후 강원 속초시 시립납골당. 속초소방서 소방관 5명이 7월 고양이를 구조하다 순직한 고 김종현 소방교(29)를 찾았다. 그는 국립묘지(현충원) 안장이 거부돼 이 곳에 2개월 넘게 가안치돼 있다. 가로 세로 두 뼘 크기도 한 되는 2-1019호 납골함이 그의 안식처다. 김 소방교의 영정과 유골함을 마주한 동료들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었고 가슴은 미어졌다.젊은 나이에 순직한 동료에 대한 그리움이 북받치는데다 법적 규정 때문에 국립묘지 안장이 거부된 데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김 소방교가 동료들의 곁을 떠난 것은 7월 27일. 3층 건물에 고립된 고양이를 구조하기위해 출동했다가 로프가 끊어지는 바람에 바닥으로 추락해 순직했다. 더욱이 전날 야간근무를 한 김 소방교는 이 날이 비번이었지만 발목을 다친 동료를 대신해 자진해서 출동했던 터였다. 이틀 뒤 속초소방서장(葬)으로 영결식이 거행됐고 뒤이어 옥조근정훈장 수여, 국가유공자 결정이 이어졌지만 현충원 문턱만은 넘지 못했다.

국가보훈처가 그동안 김 소방교의 국립현충원 안장을 거부한 것은 국립묘지 및 설치 운영에 관한 법 규정 때문. 이 법에는 소방관의 국립현충원 안장 조건을 화재 진압, 인명구조, 구급 업무의 수행 또는 그 현장 상황을 가상한 실습훈련 중 순직한 이로 규정하고 있다. 김 소방교는 대민 지원차 출동했기 때문에 이 조항에 해당이 안 된다는 것. 다만 국가유공자의 경우 호국원 안장은 가능하지만 김 소방교의 유족과 동료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속초소방서는 해당 법의 '직무수행 중 상이를 입고 퇴직해 사망한 경우 현충원 안장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들어 김 소방교의 현충원 안장이 당연하다는 주장을 밝히고 있다. 즉 현행법이 직무수행 중 다친 뒤 사망한 경우 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지만 김 소방교처럼 현장에서 순직한 경우에는 현충원 안장이 안 된다는 것은 법률의 체계적 해석에 반한다는 것.

박성일 속초소방서 행정담당은 "관련법에 직무수행 중 상이를 입고 퇴직해 사망한 경우 당연안장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작은 사유(상이를 입고 퇴직 후 사망)에도 당연 안장 해주면서 더 큰 사유(임무수행중 현장 사망)에는 당연안장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박 담당은 5일 국가보훈처를 방문해 이 점을 밝혔고 법률적 검토를 다시 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가보훈처 담당자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속초소방서는 그가 순직한 날 국가보훈처에 현충원 안장 신청서를 냈지만 보류 통보를 받았다. 지난달 22일 김 소방교가 국가유공자로 결정됐다는 통보를 받은 뒤 다시 현충원 안장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속초소방서 관계자는 "명령에 따라 출동했다가 순직한 것인데 불합리한 규정에 얽매여 국립묘지 안장에 차별을 둔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김 소방교의 현충원 안장은 전 소방관들의 사기와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 소방교의 어머니 이순남 씨(51)는 "아들 잘 키워 군대 보내고 나랏일 하는데 이바지하도록 했더니 그 대가가 현충원 안장 거부냐"며 "현충원에 가는 게 왜 이리 힘든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소방교는 특전사 출신으로 2009년 소방관에 입문했다. 올해 4월 결혼한 부인은 만삭의 몸으로 이달 말 출산을 앞두고 있다.

속초=이인모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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