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강원 속초시 시립납골당. 속초소방서 소방관 5명이 7월 고양이를 구조하다 순직한 고 김종현 소방교(29)를 찾았다. 그는 국립묘지(현충원) 안장이 거부돼 이 곳에 2개월 넘게 가안치돼 있다. 가로 세로 두 뼘 크기도 한 되는 2-1019호 납골함이 그의 안식처다. 김 소방교의 영정과 유골함을 마주한 동료들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었고 가슴은 미어졌다.젊은 나이에 순직한 동료에 대한 그리움이 북받치는데다 법적 규정 때문에 국립묘지 안장이 거부된 데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김 소방교가 동료들의 곁을 떠난 것은 7월 27일. 3층 건물에 고립된 고양이를 구조하기위해 출동했다가 로프가 끊어지는 바람에 바닥으로 추락해 순직했다. 더욱이 전날 야간근무를 한 김 소방교는 이 날이 비번이었지만 발목을 다친 동료를 대신해 자진해서 출동했던 터였다. 이틀 뒤 속초소방서장(葬)으로 영결식이 거행됐고 뒤이어 옥조근정훈장 수여, 국가유공자 결정이 이어졌지만 현충원 문턱만은 넘지 못했다.
국가보훈처가 그동안 김 소방교의 국립현충원 안장을 거부한 것은 국립묘지 및 설치 운영에 관한 법 규정 때문. 이 법에는 소방관의 국립현충원 안장 조건을 화재 진압, 인명구조, 구급 업무의 수행 또는 그 현장 상황을 가상한 실습훈련 중 순직한 이로 규정하고 있다. 김 소방교는 대민 지원차 출동했기 때문에 이 조항에 해당이 안 된다는 것. 다만 국가유공자의 경우 호국원 안장은 가능하지만 김 소방교의 유족과 동료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속초소방서는 해당 법의 '직무수행 중 상이를 입고 퇴직해 사망한 경우 현충원 안장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들어 김 소방교의 현충원 안장이 당연하다는 주장을 밝히고 있다. 즉 현행법이 직무수행 중 다친 뒤 사망한 경우 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지만 김 소방교처럼 현장에서 순직한 경우에는 현충원 안장이 안 된다는 것은 법률의 체계적 해석에 반한다는 것.
박성일 속초소방서 행정담당은 "관련법에 직무수행 중 상이를 입고 퇴직해 사망한 경우 당연안장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작은 사유(상이를 입고 퇴직 후 사망)에도 당연 안장 해주면서 더 큰 사유(임무수행중 현장 사망)에는 당연안장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박 담당은 5일 국가보훈처를 방문해 이 점을 밝혔고 법률적 검토를 다시 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가보훈처 담당자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속초소방서는 그가 순직한 날 국가보훈처에 현충원 안장 신청서를 냈지만 보류 통보를 받았다. 지난달 22일 김 소방교가 국가유공자로 결정됐다는 통보를 받은 뒤 다시 현충원 안장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속초소방서 관계자는 "명령에 따라 출동했다가 순직한 것인데 불합리한 규정에 얽매여 국립묘지 안장에 차별을 둔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김 소방교의 현충원 안장은 전 소방관들의 사기와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 소방교의 어머니 이순남 씨(51)는 "아들 잘 키워 군대 보내고 나랏일 하는데 이바지하도록 했더니 그 대가가 현충원 안장 거부냐"며 "현충원에 가는 게 왜 이리 힘든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소방교는 특전사 출신으로 2009년 소방관에 입문했다. 올해 4월 결혼한 부인은 만삭의 몸으로 이달 말 출산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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