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눌 게 없는 사람은 없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6일 03시 00분


방법은 달라도… ‘함께 사는 세상’ 만드는 기부천사들

《 ‘철가방 천사’ 고(故) 김우수 씨의 삶과 죽음은 나눔에 큰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던져줬다. 적은 돈과 재능, 시간을 들여 낮은 곳에서 큰 기부를 하는 또 다른 ‘김우수’는 우리 사회 곳곳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동아일보가 만난 천사들은 “기부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
■ 4년째 인도어린이 돕는 지은 씨

첫 월급은 직장인을 설레게 만드는 큰 선물이다. 출판사 편집디자이너로 일하는 지은 씨(23·여)는 2008년 12월 받은 첫 월급으로 인도의 한 아이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4년째 매달 3만 원씩 기부하고 있다. 따로 생일 선물도 챙기고 편지와 사진도 주고받는다.

지 씨는 “고등학교 때 배우 김혜자 씨의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를 읽고 기부를 결심했다”며 “매달 적금을 붓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을 옮기며 형편이 어려워졌던 적도 있었지만 기부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후원이 힘겹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아이도 내게 의지하고 나 역시 아이가 자라는 모습에서 희망을 얻고 있다”라며 뿌듯해 했다. 지금은 지 씨의 친구 11명도 월드비전을 통해 결연아동을 후원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인도에서 직접 후원아동을 만나고 오기도 했다.

지 씨는 4일 1년 가까이 하던 치아교정기를 뺐다. 곧 사진을 다시 찍어서 인도로 보낼 생각이다. 후원아동이 교정기를 보고 낯설어한 것이 마음에 걸려서다. 지 씨는 “기부 과정에서 느끼는 기쁨이 더 큰 봉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며 “내가 느끼는 기쁨을 세상과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타고난 말재주 기부 장용휘 씨


행사 진행자로 일하는 장용휘 씨(30)는 모두를 웃게 만드는 재치를 갖고 있다. 스무 살 때부터 10년째 지방 곳곳의 행사 현장을 누빈 그는 2006년 부모님을 따라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이웃과 나누기 시작했다.

“소원을 이룬 아이들이 기뻐하는 표정을 보며 즐거움에 점점 빠져들었어요. 내 재능이 쓰일 수 있는 곳이 이렇게 많았다니….정말 기쁜 일이죠.”

가수가 되고 싶은 아이들에게는 무대를, 생일을 맞은 아이들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파티를 마련해줬다. 장 씨가 마이크를 잡으면 아이들은 아픔을 잊고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장 씨는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봉사와는 별도로 한달에 2, 3번 봉사자들이 여는 크고 작은 이벤트에서 무보수로 진행을 맡아 오고 있다.

장 씨는 “봉사활동을 하며 다양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이젠 어떤 고통을 안고 있는 분들 앞에 서도 분위기를 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기부는 바이러스처럼 주변에 전염되지만 전염 속도는 아직 빠르지 않은 것 같아요. 처음에 용기를 내 시작하기만 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봉사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겁니다.”  
■ 털모자 뜨는 구급대원 김경미 씨


하루에도 몇 번이나 현장에 출동하다보면 잠잘 시간도 부족한 것이 소방구급대원의 삶이다. 서울 김포소방서 김경미 소방교(33·여)는 짧은 쉬는 시간에도 뜨개질을 한다.

김 씨가 만들고 있는 것은 작은 털모자. 2008년부터 신생아의 저체온증을 막기 위한 신생아 모자 뜨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첫 아이를 낳고 난 뒤 세이브더칠드런이 주관하는 이 캠페인을 알게 된 김 씨는 “아기가 도움도 받지 못하고 태어나자마자 죽는다는 사실을 듣고 뜨개질을 처음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3년간 김 씨가 뜬 모자는 모두 15개. 주변 동료들까지 김 씨를 보며 함께 참여하기 시작해 작년에는 15명, 올해는 30여 명이 모자를 뜬다.

김 씨는 “버려진 신생아가 저체온증으로 죽거나 뇌에 손상을 입어 정상생활을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고 말했다.

김 씨는 기부를 연애에 비유했다. “서서히 단계를 거치면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죠. 저도 처음에는 쑥스러워 말도 못했지만 지금은 동료들까지 참여하면서 제 주변이 사랑으로 가득해 졌답니다. 한 땀 한 땀 노력하다 보면 세상을 덮을 만한 커다란 털모자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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