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목회 불법후원금 6명 중 4명에 선고유예
1명만 의원 상실형… 판사, 이례적 의정평가도
동료 의원들은 “형량 가혹”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에서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국회의원 6명 중 4명에게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선고유예는 2년의 유예기간 동안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형의 선고를 무효로 해주는 제도다. 나머지 국회의원 2명에게는 각각 벌금 500만 원과 90만 원이 선고됐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뇌물 성격이 짙은 입법 로비자금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강을환 부장판사)는 5일 청목회에서 청원경찰법 입법 개정안 처리 청탁과 함께 불법 후원금 990만∼5000만 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의원 6명 중 민주당 최규식 의원에게만 벌금 500만 원, 추징금 5000만 원을 선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고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에게는 벌금 90만 원과 추징금 990만 원이 선고됐다. 한나라당 권경석 조진형 유정현 의원에게는 각각 벌금 100만 원에 선고유예 판결이,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에게도 벌금 200만 원에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앞서 검찰은 올해 8월 이들에게 각각 징역 2년∼8개월 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단체로부터의 후원을 금지한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것은 분명하고 선출직 공무원이 입법 행위와 관련해 정치자금을 받는 것은 법이 금지하고 있다”고 밝혀 이들 국회의원의 행위가 유죄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성실히 의정활동을 수행해 왔고 후원을 받기 이전부터 청원경찰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해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킨 것으로 판단된다.
재판장인 강 부장판사는 특히 형량을 선고하면서 의원들의 개별 의정활동을 한 명 한 명씩 10∼20초가량 언급했다. 법조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판결은 지난달 20일 실시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박삼봉 서울북부지방법원장을 강하게 압박한 것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도 있다. 당시 국감에서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 등은 “증거 일부가 조작된 의혹이 있다. 잘못하면 의원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법원장은 돌아가면 재판부와 상의할 용의가 있느냐”고 했다.
검찰 간부 출신인 한 변호사는 “일반 국민은 단순 음주운전만 해도 수백만 원의 벌금이 선고되는데 수천만 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국회의원에게 선고유예 판결을 한 것은 솜방망이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여야 국회의원들은 5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자유선진당 이용희 의원은 “검찰의 잘못된 기소를 법원이 가려줄 줄 알았는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야당 의원에게 더 가혹한 형이 선고됐다. 여야를 차별한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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