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김치명인 1호인 김순자 씨가 4일 자신이 운영하는 한성식품 부천 본사 공장에서 해외에 수출되는 김치 제조법을 안내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대한민국 김치명인 1호(전통식품 명인 29호)인 김순자 씨(57)가 26년간 운영하고 있는 ㈜한성식품(경기 부천시 오정구 내동)은 스위스 휴양도시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2010’ 만찬장에 ‘황제김치’를 선보여 세계 정상급 인사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국내외 특허를 21개나 받은 이 회사의 김치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세계 11개국에 수출하고 있고, 미군에도 납품되고 있다.
4일 부천 본사 공장에서 김치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비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조과정에서의 위생수칙은 지나칠 정도로 엄격했다. 호텔 미군 등에 공급하는 특품 김치를 생산하는 2층 작업장에 들어가기 전 1회용 웃옷(가운), 덧신, 모자를 쓴 뒤 정화용 ‘공기 샤워’를 해야 했다.
바닥은 아주 정갈했고 원재료와 완제품을 담는 플라스틱 박스는 3가지 색깔로 구분돼 있었다. 빨간색은 바닥 깔개용, 노란색은 반제품 운반용, 파란색은 완제품 보관용이다. 또 생산자가 김치를 담그다 화장실 등 작업장 외부로 드나들 때 고춧가루 등이 묻은 손을 쓰지 않고 발로 문을 여닫을 수 있도록 자동 개폐장치를 설치해 뒀다.
배추 무 등 원자재와 각종 양념류 관리는 더욱 철저했다. 모든 재료는 생산물 이력추적 관리제에 따른 원산지 증명이 가능한 국내산이다. 이 회사 김치연구소 연구원 10명은 신제품 개발 외에 농약 잔류, 유산균 균주 상태를 꼼꼼히 점검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위해요소중점관리우수식품(HACCP) 지정업체로 지정돼 있다.
이 회사에 공급되는 주요 원자재 산지는 계절별로 달리 선택된다. 김 대표는 “봄과 가을엔 충청 지역, 여름엔 강원 고랭지, 겨울엔 해남과 진도 등 전남지역에서 계약 재배되고 있는 배추 무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명인 김치는 원재료 선별단계부터 특이하지만 양념류 제조법이 더욱 독특하다. 포기김치에 들어가는 천연 양념류는 30가지가 넘는다. 양파 배 무 등 3가지를 간 ‘3즙’으로 단맛을 내고 갈치 밴댕이 등을 배합한 젓갈은 명인만의 비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해 다보스포럼에 출품됐던 황제김치.이런 제조과정으로 인해 한성식품 김치는 맵지도 짜지도 않은 게 장점이다. 주문에 따라 갓 담근 김치를 공급하기도 하지만 대개 섭씨 5도 이하의 저온창고에서 숙성 발효한 제품을 백화점, 대형 유통점 등에 내놓고 있다. 숙성 단계에 따라 초숙, 중숙, 완숙(잘 익은 단계) 김치로 구분된다.
이 회사 김치는 외국인 입맛을 자극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다보스포럼 식탁에 올려졌던 황제김치는 깻잎양배추말이김치, 미니롤보쌈김치, 치자미역말이김치, 인삼백김치 등 7가지 무지개 색깔로 구성돼 도자기용기에 담긴다.
국화김치는 가을무로 담근 동치미국물과 천연색소인 치자물, 국화차잎으로 담그기 때문에 노란 국화꽃을 연상케 한다. 전통을 파괴한 브로콜리김치는 여성들이 좋아하는 브로콜리에다 밤 배 파프리카를 배합해 담백한 맛이다. ‘샐러리 김치’로 통하는 이 김치는 맛이 강한 전통김치에 거부감을 갖는 외국인과 여성이 선호하는 편이다.
김 대표가 주도하는 김치연구소는 저염도김치, 망고스틴김치 등 기능성 건강김치와 약성김치를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싱가포르 국제발명회, 미국 식품박람회, 러시아 모스크바식품박람회, 중국 상하이식품박람회, 일본 도쿄식품박람회 등 세계 각종 박람회에 초대됐다.
세계김치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 대표는 김치기술 개발로 여성발명훈장, 철탑산업훈장,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김 대표는 “외국인에게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냄새를 최소화하면서 천연유산균을 살리고, 먹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하는 김치를 꾸준히 개발해 김치 세계화를 이루고 싶다”며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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