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터파기 과정에서 벽돌과 기단 같은 건축물 잔재가 발견돼 공사가 중단된 인천 중구 중앙동 옛 대불호텔 터. 오른쪽에 일제강점기에 빨간 벽돌로 지은 건물들이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1888년 일본 해운업자에 의해 벽돌식 3층 건물로 지은 대불호텔 전경.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동아일보DB
국내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인천 중구 중앙동 옛 대불호텔 터의 보존 여부가 최근 관심을 끌고 있다. 터파기 과정에서 벽돌과 기단 등 호텔 건축물로 추정되는 잔재가 발견돼 인천시가 공사를 중단시켰고, 문화재청이 조만간 보존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
6일 시에 따르면 대불호텔은 개항기인 1888년 일본 해운업자가 벽돌식 3층 건물로 지었다. 독일 여성 손탁이 1902년 서울 중구 정동에 지은 ‘손탁호텔’보다 10여 년 앞서 문을 열었으며 다다미 240개에 객실 11개를 갖췄다고 알려져 있다. 이 호텔은 1918년 중국인에게 인수돼 ‘중화루’라는 중국 음식점으로 운영됐으나 1978년 철거된 뒤 주차장으로 활용돼 왔다. 당시 중화루 간판은 현재 인천시립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그러다 5월 차이나타운 입구에 있는 대불호텔 터를 사들인 사업가 A 씨가 이 터와 인근 땅을 사들여 상가 신축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건축물 잔재가 발견됐다. 특히 붉은 벽돌은 지면에서 1m 정도 깊이에 묻혀 있고, 외벽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건축허가를 내줄 당시 ‘유물이나 유적이 발견될 경우 공사를 중단하고 보존 여부를 판단한다’는 조건부 사항을 명시했기 때문에 시는 공사를 즉각 중단시켰다. 1차 현장조사를 벌인 전문가들은 대불호텔의 문화재적 가치를 감안해 정밀 발굴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대불호텔이 철거된 뒤 그동안 별다른 건축물을 세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대불호텔 건물의 잔재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따라 A 씨는 인천의 한 문화재조사연구기관에 발굴조사를 맡겼고, 그 결과가 지난달 문화재청에 제출됐다. 조사 결과 터에는 건물의 평면 구조를 짐작할 수 있는 붉은 벽돌이 벽체 형태를 유지하며 최대 1.8m 깊이로 파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사각형으로 추정되는 건물에서는 여러 개의 격실과 지하실, 계단 등도 확인됐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특히 지난달 22일에는 문화재청이 위촉한 외부 전문가 3명이 대불호텔 터에서 실사를 했다.
문화재청은 조사된 내용을 종합해 31일까지 매장문화재 분과위원회를 열어 건물 잔재의 보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보존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상가 신축 공사가 재개되지만 건물 잔재의 가치가 크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터는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특히 터를 관할하는 중구는 대불호텔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감안해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을 문화재청에 전달했으나 A 씨는 공사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시는 2004년부터 대불호텔과 자유공원에 있던 ‘존스톤별장’ 등 사라진 8개의 옛 건축물 복원사업을 추진했지만 대불호텔 설계도가 전혀 없고, 건물 사진만 남아 있는 데다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어 왔다. 또 터에 대한 구체적인 활용방안도 결정되지 않아 앞으로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구 관계자는 “개항기 대표 건축물의 하나로 꼽히는 대불호텔의 잔재일 가능성이 높다”며 “터를 보존해 역사공원이나 문화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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