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군, 정부 지원 받아 황새 생태마을 조성중인데
서산시 “천수만에 황새 풀어 번식 계획”… 중복 논란
교원대 황새복원센터에서 키우고 있는 황새. 동아일보DB
충남 예산군에서 천연기념물 제199호인 황새의 자연번식을 위한 ‘황새마을’ 조성이 진행되는 가운데 인근 서산시가 천수만에 황새 방사계획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각 시군 등에 따르면 서산시는 천수만 일대 철새도래지 생태공원인 ‘버드랜드’ 주변 농경지에 서울대공원에서 사육 중인 황새 1쌍을 들여와 자연번식을 유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 내용이 알려지자 국내 유일의 황새 복원 연구 기관인 충북 청원군 강내면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센터(소장 박시룡 교수)가 반대하고 나섰다. 서산시 계획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종(種) 복원 지침에 어긋나고, 실제 방사되더라도 황새가 자연에서 살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황새센터 관계자는 “IUCN은 종 복원이나 재도입 사업은 정부기관의 승인과 참여에 바탕을 둔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며 “이에 따라 2009년 문화재청이 공모를 통해 예산군을 황새 복원 대상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또 “서산은 겨울철새가 찾는 곳이어서 황새를 방사하면 겨울철에만 머물고 내륙으로 이동해 다른 번식지를 찾게 된다”고 덧붙였다.
예산군도 서산시 계획에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이형원 예산군 황새사업담당은 “인접한 지자체에서 비슷한 사업을 진행한다면 낭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현재 예산군은 일본 효고(兵庫) 현 도요오카(豊岡) 시처럼 ‘황새마을’로 태어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봉산면 옥전리에 정부 지원과 자체 예산 등 129억 원을 들여 2012년 완공을 목표로 황새 생태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도요오카 시는 1965년부터 황새 복원 사업을 벌여 현재 11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황새의 춤’이라는 농산물 브랜드가 나오고 맨홀 뚜껑에까지 황새 문양을 새기는 등 황새도시로 변모해 관광객이 넘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산시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게 아닌데 알려져 곤혹스럽다”며 “전문가 의견 등을 듣고 내부 검토를 거쳐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황새는 습지 먹이사슬의 최강자로 행복과 고귀, 장수를 상징하는 새로 알려져 있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내 농촌 어디서나 번식하던 텃새였지만 농촌 생태계 훼손으로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다. 동아일보 특종(1971년 4월 1일자 1면)으로 충북 음성에서 마지막으로 한 쌍이 발견됐지만 이 가운데 수컷이 밀렵꾼의 총에 맞아 죽고 ‘과부 황새’마저 1994년 9월 서울대공원에서 죽으면서 국내에서 완전히 멸종됐다. 교원대 황새복원센터는 1996년부터 20여 마리의 황새를 러시아에서 들여와 복원사업을 시작해 현재 115마리가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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