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횡재’와 ‘횡령’ 사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0일 03시 00분


은행 실수로 10배 환전받아 출국한 40대“착오 몰랐다” 발뺌… 경찰 “횡령혐의 적용”

‘땡 잡은 줄 알았는데….’

7월 26일 광주 남구 주월동 A 은행에 양모 씨(45)가 480만 원을 들고 와 홍콩달러 1000달러짜리 40장으로 환전을 요구했다. 은행 직원 정모 씨(45·여)는 액수를 착각해 400장을 건넸다. 양 씨는 4800만 원어치의 홍콩달러를 들고 그대로 나가버렸다. 이날 오후에야 은행 측은 정산 과정에서 돈이 잘못 환전된 사실을 확인해 광주 남부경찰서에 신고했다.

양 씨는 그 다음 날 홍콩으로 출국해 10여 일간 체류한 뒤 귀국해 2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조사에서 “10배나 많은 돈을 받아갔는지 몰랐다. 환전한 돈은 홍콩에 사는 후배에게 그대로 전달해서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1000달러짜리 홍콩달러를 환전한 경험이 있는 양 씨가 40장과 400장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것을 쉽게 납득하기가 힘들었다. 수사가 계속되자 양 씨는 지난달 A 은행 측에 2000만 원을 갚았다. 이달까지 나머지 금액도 갚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양 씨가 형사처벌을 우려해 은행에 변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조만간 양 씨를 다시 불러 조사한 뒤 고의가 입증되면 횡령 혐의로 처벌할 방침이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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