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 SLS그룹 회장에게서 10여억 원의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9일 검찰에 소환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3부(부장 심재돈)는 이날 신 전 차관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불러 2002년부터 최근까지 이 회장에게서 10여억 원 상당의 현금과 상품권 법인카드 차량 등을 제공받았는지, 2009년 SLS그룹이 창원지검에서 수사를 받을 당시 이 회장에게서 구명 관련 청탁을 받았는지 등을 조사했다.
이날 오전 10시 태블릿PC ‘아이패드’를 들고 변호사와 함께 출석한 신 전 차관은 “이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것이 사실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자 시절) 제가 여기에 출입해서 취재를 했는데 조사를 받을 줄은 몰랐다”며 “기자들이 잘 취재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출두 2시간여 전인 이날 오전 8시 10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로서는 무척 억울한 일이지만 동시에 고개를 들기 어려울 정도로 부끄럽기도 하다. 제가 한 일이 죄가 된다면 달게 받겠다. 도덕적으로 잘못됐다면 기꺼이 비판을 받아들이겠다’는 글을 남겼다.
신 전 차관은 조사 과정에서도 ‘명절 때 일부 상품권 등을 받은 것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회장의 주장처럼 오랜 기간에 걸쳐 수시로 거액의 금품을 받은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차관이 조사받는 동안 이 회장은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 전 차관이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거나, 내가 구속되거나, 진실을 은폐·축소하려는 행동들이 일어날 경우 작성해 놓은 비망록을 통해 모든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3개월 전 다른 자료와 비교하면서 쓴 비망록에는 검찰의 각종 비리가 가장 많고 정치인 경제인 등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했다. 이 비망록에는 이 회장이 신 전 차관이 한국일보 부장으로 재직하던 2004년 ‘(SLS중공업의 전신인) ㈜디자인리미트 전동차 관련 기사를 게재해 주는 조건으로 현금 3000만 원을 가방에 담아 한국일보로 직접 찾아가서 줬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비망록과 관련해 이 회장은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100명의 비리가 담긴 이 비망록에는 신 전 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인물의 비리가 있고 이틀간 내가 연락하지 않으면 (특정인이) 언론사 10곳에 비망록을 배달하도록 해 놨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회장을 10일 오전 다시 소환해 그가 한 주장의 신빙성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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