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 폭로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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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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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강도 수사에도 연일 폭로수위 높여 “수사방향 불만… 윗선에 도움 구하려는 것”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에게 금품, 향응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사진)이 10일 오후 검찰에 다시 출석했다. 이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는 지난달 23일과 이달 3일에 이어 세 번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심재돈)는 이날 이 회장을 불러 전날 조사한 신 전 차관의 진술 내용 등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2시 10분경 변호인과 함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나와 “신 전 차관 조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에서 판단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SLS그룹 관련 조사에 대해서는 “불법사찰과 기획수사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답해 여전히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또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에게 건넨) 돈에 대가성이 없다는 입장은 그대로인가”라고 묻자 “검찰에서 가는 방향대로 내가 갈 순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 “진실과 근거자료에 따라 있는 대로만 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날 처음 주장한 ‘검찰 고위 간부와 정관계 인사 100여 명에 대한 비리 비망록’에 대해서는 “어제 말한 대로 (공개할 계획)”라고 답했다. 이 회장은 전날 “검찰이 나를 구속하거나 수사를 축소, 은폐할 조짐이 보이면 비망록을 공개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 비망록에 대해 사안이 있을 때마다 기록해 둔 것이 아니라 최근 이 회장이 따로 정리해 둔 것이라면 증거 능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강도 높게 수사를 벌이는데도 이 회장이 점점 폭로 수위를 높이는 것을 두고 검찰 안팎에선 “이 회장이 검찰 수사를 통해 누군가에게 애타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 전 차관 등 영향력이 막강했던 현 정부 최측근 인사들이 검찰 수사를 받는 모습은 “내 회사를 살리지 못하면 더 극단적인 행동까지 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9일 처음으로 거론된 비망록 등 이 회장이 실제 폭로하는 내용보다 그가 아직까지 한 번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새로운 금전거래나 의외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 전날 신 전 차관은 검찰 조사에서 “명절 때 상품권을 주고받았다”는 이 회장의 폭로 내용 일부는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10년 가까이 오랜 기간 동안 거액을 주고받았다”는 폭로 내용에 대해선 적극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차관과 이 회장 모두 주고받은 금품에 대해 “대가를 바라고 주고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전 차관은 17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뒤 10일 오전 2시 40분경 귀가하면서 “조사량이 많았느냐”는 질문에 “많이 피곤하니 나중에 합시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신 전 차관에 대한 재소환 및 이 회장과의 대질신문 등을 검토 중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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