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인 ‘92개 약속’은 집권 뒤 구체적인 손질 과정을 거쳐 2008년 10월 ‘이명박 정부 100대 국정과제’로 발표됐다. 총리실은 국정과제 이행 상황을 점검해 오면서 올해 6월 국정과제 세부과제를 조정해 100대 국정과제 ‘개정판’을 발표했다. 유사한 과제를 통합하고 추진이 불가능한 과제는 관리를 끝낸다는 이유였다. 문화 관련 국정과제의 이행 실적과 관련해 원본과 개정판을 비교 분석했다.
비교 결과 △남북국제학술대회 개최와 전문용어 정비를 통해 남북한 언어 동질성 회복 도모 △경주·전주 문화도시 조성 △실버문화프로그램 운영 과제 등은 ‘92개 약속’에 없다가 100대 국정과제 발표 때 추가된 세부과제이지만 6월 개정판에선 사라졌다.
서울역사의 복합문화공간화 조성은 당초 2009년 하반기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힌 과제였지만 개정판에서는 추진 시한이 2012년 하반기로 대폭 미뤄졌다. 총리실은 여기에 당인리발전소의 문화창작발전소 조성 과제와 지역예술창작벨트 조성 과제를 묶어 ‘근대산업유산 활용 복합문화공간 조성’ 과제로 통합했다. 한 과제로 묶인 3건 중 약간이라도 성과를 낸 과제는 지역예술창작벨트 조성뿐이다.
국가디자인위원회와 디자인기본법 등에 대한 필요성 검토 과제와 문화예술인공제회 설립 검토 과제는 실제 기관 설립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검토’를 마쳤다는 점에서 시행 완료 과제로 분류됐다. ‘기업과 예술의 만남 활성화’ 과제는 원래 국정과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이번 개정판에 새롭게 추가됐다. 기업의 아트 마케팅은 정부의 개입과 상관없이 최근 기업계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문화정책과 관련 없어 보이는 세부과제가 추가된 점도 눈에 띈다. 국정과제 조정 시점 당시 이미 시행이 완료된 주요 20개국(G20) 출입국 안전대책과 G20 반부패 국제협력 추진 등은 새롭게 과제로 추가됐다. 2011년 6월 과제로 새로 추가된 이들 정책의 추진 기한은 ‘2010년 하반기’였다.
총리실은 “100대 국정과제의 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선에서 세부과제는 여건 변화에 따라 국정 운영 과정에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부과제 변화 과정에서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과제 개정판은 개정된 모든 항목에서 각 과제의 ‘수정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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