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11시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 탑동 주택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어디선가 회색 전투기가 모습을 드러내자 ‘쌔∼액’ 하는 굉음이 귀청을 때렸다. 이어 전투기 3대가 꼬리를 물고 날아가면서 굉음이 10초가량 이어졌다. 차량의 라디오 볼륨을 높여봐야 아나운서의 말은 여전히 들리지 않았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도 얼굴을 절로 찡그렸다. 수원시민, 특히 권선구 주민에게 이런 상황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 ○ 엇갈린 배상에 주민들 불만
소음 피해가 계속되자 2005년 11월부터 약 20만 명의 주민이 30여 건에 걸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서울고법은 7건의 소송에 대해 배상금 지급을 결정했다. 원금과 지연이자를 합쳐 국방부가 지급한 돈은 약 470억 원. 지급 대상은 소음도 85웨클(WECPNL·소음 평가 단위) 이상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 약 2만5000명이다.
당초 1심 재판에서는 소음도 기준이 80웨클 이상으로 정해져 더 많은 주민이 배상금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기준이 상향 조정되면서 대상이 크게 줄었다. 다른 재판에서도 모두 이 기준이 적용됐다. 문제는 경계지역이다. 소음 피해가 차이가 없는데도 배상금을 못 받은 주민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현장을 가보면 나란히 붙어 있는 건물인데도 배상금 지급이 엇갈리거나 불과 3m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돈을 받지 못한 경우도 많다.
올해 4월 배상금 지급이 시작되면서 주민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구운동에서 5년간 살았다는 이모 씨(71·여)는 “그런 식으로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줄 거면 아예 다 안 주는 것이 낫다”며 “차라리 그 돈으로 나랏빚이나 갚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0채 규모의 한 아파트는 폭 2m 골목을 사이에 두고 지급 대상에서 빠졌다. 입주자대표회의 노모 회장(56)은 “아파트 고층에서 느끼는 고통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며 “주민들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현재 수십 건의 소송이 개별적으로 진행 중이지만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은 쌓여만 가고 있다. ○ 수십억 변호사 비용과 이자도 논란
변호사 비용도 논란이다. 1차 소송 때 참여했던 H법률사무소가 지난해 말 국방부로부터 470억 원의 배상금을 받았으나 실제 주민들에게는 4월부터 지급했기 때문이다. 배상금 지급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일부 주민은 거액을 은행에 보관하면서 발생한 금융이자를 문제 삼고 있다. 수원시의회 비행장이전 및 주민피해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위원회에 따르면 H법률사무소는 전체 배상금의 16.5%를 수임료로 가져가고 1%를 기타 비용으로 처리한다.
여기에 배상금에 대한 은행이자가 많게는 10억 원 가까이 발생했다는 것이 시의회의 주장이다. 시의회는 이 돈을 모두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장원 특위 위원장은 “배상금 지급이 왜 늦어졌는지 정확히 밝혀야 하고 발생한 금융이자는 마땅히 주민들에게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H법률사무소 관계자는 “재판이 대법원까지 갈 줄 알고 미리 서류를 정리하지 못했다”며 “승소한 인원이 많아 지급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고 은행이자도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떼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자 부분에 대해 주민 전체를 위해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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