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대낮 금고가 통째로 털렸다, 가출 아들 손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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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이 공무집행 방해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즉시 경찰에 출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배모 군(16)의 어머니 김모 씨(41)는 4일 이런 문자메시지를 받고 부랴부랴 서울 구로경찰서로 달려갔다. 그러나 이 문자를 보낸 경찰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던 길. 김 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들이 친구 3명과 함께 집에서 금고를 들고 나오고 있는 게 아닌가. 어머니와 마주친 이들은 아들과 함께 황급히 도망쳤다.

다급해진 김 씨는 아들을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 금고에는 현금 1200만 원과 상품권, 귀금속 등 4500만 원 상당의 금품이 있었다. 또 시가 8억 원 상당의 집문서 2통도 함께 들어 있었다. 배 군은 지난달 30일 집을 나와 PC방을 전전하다 생활비가 떨어지자 금고를 훔치기로 한 것이었다.

배 군은 친구 4명을 더 동원해 공터에서 공구로 금고를 부쉈다. 배 군은 친구들에게 수고비로 15만∼20만 원을 나눠줬다. 그리고 사흘간 일제 오토바이를 사는 데 500만 원을 쓰는 등 모두 1340만 원을 썼다. 배 군은 오토바이를 개조하려다 주변을 탐문하던 경찰에게 6일 붙잡혔다.

구로경찰서는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이들을 모두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배 군은 “현금과 상품권은 모두 썼고 귀금속은 안양천에 버렸다”고 진술했다가 경찰의 계속된 설득에 “모텔에 남은 돈을 숨겨뒀다”고 자백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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