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대 개교 65년만에 일본학 처음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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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아시아문명학부 내년초 개설


서울대가 개교 6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학 전공학과를 개설한다. 서울대는 13일 “내년 초 일본학 전공과정이 포함된 아시아문명학부를 개설하기로 학장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다음 달 초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평의원회를 열어 최종 의결한다. 이에 따라 일본뿐 아니라 그간 서울대에서 미비했던 중동 인도 동남아 등에 대한 교육과 연구가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문명학부는 일본 서아시아(중동) 인도 동남아시아 등 4개의 전공으로 구성된다. 학과당 정원은 5명씩 20명. 다만 내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정원이 확보된 일본과 서아시아 등 2개 전공에서 10명만 선발할 계획이다. 현재 인문대 어문계열 1학년인 2011학번 학생들부터 전공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교수들은 전임 2, 3명을 포함해 13명 정도가 배정될 예정이다.

아시아문명학부는 기존의 영문학과나 중문학과 등과 달리 언어와 문학뿐 아니라 역사와 철학까지 광범위하게 다루게 된다. 인문대 변창구 학장은 “그간 서울대가 일본이나 중동지역 연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지역을 총체적으로 연구하는 통합 학문을 지향하기 위해 일어일문학과 형식이 아닌 언어문명학부 형태로 전공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인문대 이해완 기획부학장은 “시작 단계에서는 우선 언어와 문학 위주 강좌를 짤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2009년부터 인문대 주도로 이 학부 개설을 추진했지만 역사와 철학까지 포괄적으로 지역학을 다루는 사회대와 국제대학원 등이 반대해 미뤄져 왔다. 올해 초에도 학과 창설이 논의됐다가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서울대는 국내의 모든 학과를 망라한 최대 규모의 종합대이면서도 유독 일본 관련 전공학과를 개설하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직후인 1946년 개교 당시 반일 감정을 감안해 관련학과를 개설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일본 최고의 국립대인 도쿄(東京)대가 한국 관련 전공학과를 개설하지 않아 상호주의 차원에서도 학과를 만들지 않았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 ‘이웃한 경제대국에 대한 연구를 피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국립대의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최근까지 43개 국공립대 중 강원대 부산대 한국방송통신대 등 16개 대학이 일본 관련 전공을 개설했다. 그런데도 서울대에서는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내세운 민족주의적 비판에 막혀 개설 시도가 좌절됐다. 2004년에 일본연구소가 개설되긴 했지만 학부생을 가르치는 학과는 아니었다. 그러다 이번에 인문대가 학과의 성격을 명확히 하면서 반대했던 학과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해 마침내 학장회의에서 의결됐다. 변 학장은 “법인화를 앞둔 서울대가 ‘아시아의 시대’가 될 것으로 보이는 21세기에 아시아 연구 역량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도쿄대에는 아직도 한국 관련 학과나 연구과정이 없다. 당분간 설치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대 국제본부의 홍정국 특임교수는 “도쿄대 총장과 서울대 총장이 수시로 만나 교류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도쿄대에 한국 관련 학과를 설치하는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 일본의 4년제 대학 760여 곳 중에서 한국어학과가 설치된 곳은 5곳이다. 또 한국어 교사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대학은 8곳, 한국어 관련 수업과목이 개설된 곳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29곳이다. 지난해 문을 연 도쿄대 현대한국연구센터를 비롯해 게이오(慶應)대, 와세다(早稻田)대, 규슈(九州)대, 리쓰메이칸(立命館)대 등에 한국 관련 연구소가 설치돼 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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