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협력병원 1600명 교수 지위 박탈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7일 03시 00분


을지대 의대 행정소송 패소… 대법 “연구보다 진료 치중”
7개 의대 협력병원 파장 예상

대전을지대병원 의사는 ‘교수’ 신분을 유지하지만 서울을지병원 의사는 ‘과장’으로 호칭이 바뀔 수 있다.

대법원은 13일 ‘을지대 의대 협력병원 의사는 의대 교수로 인정할 수 없다’는 2007년 8월 교육과학기술부의 시정명령에 대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3년간 소송 끝에 패소함에 따라 을지병원의 전임교원 100여 명은 교수 지위를 잃게 될 처지가 됐다.

비단 을지병원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을지병원처럼 협력병원을 두고 있는 병원은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가천의대 길병원, CHA의과대 강남차병원, 관동대 의대 제일병원, 한림대 의대 강동성심병원 등 모두 7곳. 여기서 일하는 전문의 1600명도 같은 처지가 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이 교과부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을지병원 전문의가 교육이나 임상연구보다 외래 진료에 치중하고 있고, 외래진료에서 급여를 받는 영리행위를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을지학원이 불법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을지병원에서 일하는 전임교원 100여 명을 겸임교원으로 전환하거나, 을지병원을 학교법인 소속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른 협력병원은 교과부의 조치를 좀 더 지켜보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교과부가 모든 협력병원에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각 400명 이상의 협력병원 전임교원이 있는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들은 “먼저 교과부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한다. 재단도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다른 협력병원 관계자는 “의사 1600명의 교수 지위를 박탈하면 줄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 보완책이 나오지 않겠느냐”며 낙관론을 펴고 있다.

의사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일단 사학연금을 받을 수 없는 데다 교수 지위를 인정받지 못 하면 학회 활동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사립학교 교원은 사학연금 수혜자가 될 수 있고 국가에서 건강보험료를 보조받는다.

교과부는 사립의대 교원이 의대 부속병원이 아닌 협력병원에서 겸직할 수 있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강의시간이나 전임교원 수 등 전임교원의 자격을 시행령으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의료법인을 학교법인으로 전환한 사례도 있다. 순천향대병원은 협력병원으로 있던 천안순천향병원과 구미순천향병원을 2008년 학교법인으로 전환했다. 순천향대는 당시 의료법인 소속 교수 190명에게 퇴직금을 수백억 원 지불하면서 교수들의 불안정한 신분 문제를 해결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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