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좋던데… 경찰서로 보내” 오락실 의자까지 챙겨간 형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0일 03시 00분


‘뇌물 경찰’ 징역 1년6개월

2009년 8월 서울 강남구 일대 불법 사행성 게임장 단속에 나선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김모 경위(47)의 눈에 오락실 의자(시가 12만 원)가 눈에 들어왔다. 김 경위는 이 사장에게 “게임장 의자가 좋다. 경찰서에서 사용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사장은 운전기사를 통해 “김 형사가 의자를 사무실에서 쓴다고 하니 좋은 것으로 몇 개만 빼 놔라”고 시켜 의자 5개를 김 경위에게 보냈다. 같은 해 11월에는 김 경위가 “쓰던 의자가 부러졌으니 다시 달라”고 요구해와 게임장 부근 횟집에서 2개를 더 건넸다.

대신 김 경위는 이 사장 대신 ‘바지사장(명목상 사장)’을 실제 운영자인 것처럼 조사받도록 편의를 봐줬다. 그 대가로 이 사장은 김 경위의 사무실로 야식까지 챙겨줬다.

이 씨는 또 지난해 2월 12일 선물 명목으로 21년산 고급양주 10병을 김 경위가 있던 경찰서에 퀵 서비스로 보냈다. 수시로 술자리와 식사자리를 가지며 2009년 8월에는 100만 원과 300만 원을 잇달아 건넸다. 같은 해 11월에는 ‘단속됐을 때 종업원들을 빨리 풀어줘 고마웠다. 마무리를 잘 해 달라’며 100만 원을 건네기도 했다.

이들의 끈끈한 ‘우정’은 다른 사건에 휘말려 복역 중이던 이 씨가 배신감을 느끼고 사실을 검찰에 털어놓으면서 들통 났다. 이 씨는 경찰 내부 감찰 과정에서 친하게 지내던 경찰 간부가 김 경위가 한 진술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김 경위의 비리를 폭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는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김 경위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