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한 한국미인대회?… 英참가자 “賞 줄게 性 달라 제안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1일 03시 00분


BBC “조직위 인사가 성희롱… 출동 경찰 돈으로 무마”
조직위 “어깨 토닥인 정도… 지갑서 명함꺼내 경찰준 것”

“성 상납 요구” 주장한 윌러턴 씨 지난주 한국에서 열린 미인대회에 참가했다 대회 관계자들에게서 성 상납 요구를 받고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에이미 윌러턴 씨.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성 상납 요구” 주장한 윌러턴 씨 지난주 한국에서 열린 미인대회에 참가했다 대회 관계자들에게서 성 상납 요구를 받고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에이미 윌러턴 씨.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한국에서 열린 미인대회에 참가했던 영국 여성이 대회 당시 성 상납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영국 BBC방송과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15일 한국 부산 대구 등에서 열린 ‘2011 미스아시아퍼시픽월드대회’에 참가했던 영국 대표 에이미 윌러턴 씨(19)가 대회 기간 중 성 상납을 요구받고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고 19일 보도했다. 대구지방경찰청도 이날 윌러턴 씨로부터 성추행 신고를 받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 “상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윌러턴 씨는 영국 언론 인터뷰에서 “너무 충격적이었다. 2명의 주최 측 관계자가 성추행을 했다”며 “한 명은 내 상의를 벗기려 했고, 또 다른 한 명은 행사 스폰서 업체와 사진을 찍으면서 부적절하게 내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고 말했다. 윌러턴 씨는 또 “조직위 관계자들이 나와 일부 참가자를 각각 따로 불러 ‘상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않느냐’고 말하더라. 우리는 그게 성관계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윌러턴 씨는 이어 “성 상납 제안을 받은 다른 참가자들은 주최 측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항의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조용히 있지 않으면 수상의 기회는 없어질 것’이라는 말뿐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성추행을 참다못해 동료들과 함께 경찰을 불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대회 고위 인사 한 명이 지갑에서 바로 돈을 꺼내는 것을 봤다. 심지어 우리를 뒤로 밀쳐 말을 못 하게 하더라. 우리는 겁에 질렸고 어떻게 해볼 여지가 없었다. 통역사도 우리의 말을 통역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상을 대가로 섹스를 요구했고 돈을 요구했다. 완전히 썩은 대회였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치러졌으며 서울, 대구를 거쳐 부산에서 최종 결선이 열렸다. 우승 상금은 2만 달러(약 2300만 원)였다.

윌러턴 씨에 따르면 그는 대회 조직위로부터 온라인을 통해 참가를 제안받았고 참가에 필요한 비용을 전부 제공받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미스 브리스틀, 미스 웨일스대 등의 자격으로 영국을 대표하게 된 그는 “3일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주최 측은 항공료 600파운드(약 107만 원)의 지급을 거절했다”며 “침대조차 없는 호텔방을 보니 무서울 지경이었다. 바닥에 단지 이불만 있어 항의했더니 다른 호텔로 옮겨줬다”고 말했다. 윌러턴 씨와 50명의 참가자는 서울에서 3일간 머문 뒤 대구로 내려갔다.

그는 이어 “식사도 제대로 제공받지 못했다. 하루 한 끼만 줬다. 예산이 부족해 점심은 줄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더라”라고 밝혔다. 그는 또 “본선 대회에 앞서 희망자만이 참석한 ‘장기 경연’에서 미스 베네수엘라가 수상을 했는데 그는 장기 경연에 참가하지도 않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참지 못한 윌러턴 씨는 14일 미스 가이아나, 미스 코스타리카와 함께 대회 참가를 포기하고 영국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조직위 측이 비행 경비를 보전해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 출신이 대회 최고상을 받은 것도 어처구니없다고 주장했다.

○ “운영 미숙 인정, 성추행은 절대 없어”

윌러턴 씨의 주장으로 파문이 커지자 대회를 주최한 엘리트아시아퍼시픽의 로렌스 최 대표는 참가자들에게 e메일로 “이런 일이 생겨 유감스럽다. 이번 대회는 완전히 망쳤다”고 사과했다고 BBC는 전했다.

엘리트아시아퍼시픽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성추행은 절대 없었다”며 “미인대회 참가자와 악수하고 격려 차원에서 어깨를 토닥거리는 정도의 접촉만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참가자가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도시락을 제공받고, 바닥에서 자야 하는 템플스테이가 맞지 않았던 것 같다”며 “영국 언론에 정정보도를 요구하고 대응자료를 낼 계획이다. 다만 협찬회사 가운데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 수도 있어 추가 조사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지방경찰청은 윌러턴 씨가 13일 오전 2시 반경 대구 북구 산격동 한 호텔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며 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윌러턴 씨는 13일 경찰조사에서 “조직위원장 A 씨가 사진을 찍자며 허리와 어깨를 더듬었다”며 “7∼12일 대구 행사에서도 여러 번 성추행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일부 관계자는 성 상납을 요구하는 듯한 행동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의 주장을 충분히 듣고 추가 조사를 위해 경찰서 동행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늦은 시간이라 응하지 않았다. 영국으로 돌아가 국제변호사와 상의해 일을 처리하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밝혔다. 조직위 임원에게 돈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인적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명함을 주고받은 게 전부”라고 말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동영상=“성상납 제안 주장” 미인대회 영상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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