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檢, 신재민-이국철 영장기각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1일 03시 00분


법원 “추가수사해야” 검찰 “부실수사란 거냐”

법원이 이국철 SLS그룹 회장과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하면서 이례적으로 검찰의 수사 부실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법원이 혐의 이외에 부분에 대해 수사를 더 하라는 것은 법 이론에도 맞지 않는 판단”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숙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20일 이 회장에게서 1억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뇌물수수)를 받는 신 전 차관과 뇌물공여 및 900억 원대 회삿돈 횡령 등의 혐의를 받는 이 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판사는 “범죄 혐의를 의심할 여지는 있지만 추가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더 규명될 필요가 있고 (피의자들이) 도주할 염려가 없어 영장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기각 결정은 전날 오후 6시 반경 영장실질심사를 끝낸 뒤 8시간 만인 오전 2시 반경 내려졌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SLS그룹 법인카드와 상품권, 차량, 여행경비 등으로 10억 원 이상을 신 전 차관에게 제공했다”는 이 회장의 주장 등에 따라 신 전 차관이 법인카드 1억 원어치를 사용한 혐의로 1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판사가 영장기각 사유로 밝힌 내용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와 상황 등이 뇌물 혐의 등을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검찰 수사가 전반적으로 부실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영장 기각에 즉각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윤갑근 3차장은 이날 오전 10시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구속영장 청구 혐의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1억 원에 대한 것인데 (그 부분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고 신 전 차관이 돈) 받은 부분을 더 수사하라는 말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 차장은 “틀림없이 신 전 차관의 혐의는 더 불어날 것”이라며 영장을 다시 청구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기각 사유는 1억 원 부분의 직무 관련성에 관한 검찰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이지 피의사실에 있지 않은 것을 수사하라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에 대한 이 회장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법원은 이 회장의 주장에 대해) ‘거짓으로 보이긴 하지만 이 회장이 애초 거짓으로 인식했는지 더 조사해봐야 한다’고 했다”며 “2000만 원은 다른 사람이 썼고 3000만 원은 근거가 없다는데 이 회장이 허위로 인식했는지 조사하라는 게 무슨 뜻이냐”고 반문했다. 신 전 차관 추가 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소환하겠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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