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교도소에 보내주세요. 감옥에서 아기를 낳으면 차라리 편할 것 같아요. 더는 끼니 걱정 안 해도 되고….”
20일 한 경찰서 유치장. 다음 달이면 아기 엄마가 될 송모 씨(29)는 성매매와 절도 혐의로 구속됐지만 오히려 철창 밖 형사들에게 “숙박비와 밥값 걱정을 안 하게 해줘 고맙다”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12일 종로구의 한 모텔에서 성매매하고 남성의 돈을 훔치던 송 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놀랐다. 송 씨의 배가 남산만 해 한눈에 임신부임을 알았던 것. 송 씨는 임신 7개월이던 올해 8월부터 출산을 앞둔 최근까지 남성 수십 명을 상대로 성매매를 해왔다.
그는 모텔 컴퓨터로 채팅 사이트에 접속해 “시골에서 올라와 모텔에 있는데 돈이 없다”며 남성들을 불렀다. 남자들은 송 씨 배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성매매에 응했다. 돈이 모자라면 남성이 샤워하는 틈을 타 지갑에서 돈을 빼냈다. 그는 11차례에 걸쳐 60만 원을 훔쳤다. 송 씨는 두 달간 47명에게 성매매했다고 진술했다. 남성들은 성관계 대가로 돈을 주지는 않았다며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고 10명만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송 씨를 교도소 대신 당분간 성매매 피해 여성 자활 지원기관인 여성가족부 ‘다시함께센터’에서 지내게 할 계획이다. 송 씨는 경찰에서 “임신 3개월 때 병원에 가본 뒤로는 한 번도 간 적이 없어 예정일이 언제인지, 딸인지 아들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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