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 무례한 학생 퇴학조치도 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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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4일 03시 00분


■ 순천공고 신경수 교장 교권수호 선언 ‘신선’

“학생 인권도 소중하지만 학생의 무례한 행동을 못 본 체하고 넘기는 것 또한 교단의 정도(正道)라고 할 수 없지요.”

서울 경기 광주의 시도교육청이 제정하는 학생인권조례를 놓고 ‘교권 침해’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전남의 한 전문계 고등학교 교장이 교권과 학습권 수호에 단호한 대응을 천명하고 나섰다.

전남 순천공고 신경수 교장(55·사진)은 19일 전교생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명문학교 동참 다짐’을 받았다. ‘명문학교 동참 선언식’으로 이름 붙은 이날 행사에서 신 교장은 “오늘 이후 학습 분위기를 흐리고 선생님의 가르침을 거슬러 무례한 행동을 하는 학생들은 퇴학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이 선언은 학교장의 직을 걸고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지켜나갈 것을 다시 한 번 확실히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 1246명 전원은 손을 들고 △학생의 본분을 다한다 △교칙을 준수한다 △면학 분위기 조성에 적극 노력한다 등의 내용이 적힌 ‘다짐문’을 낭독한 뒤 신 교장에게 전달했다. 이어 고석주 학교운영위원장(45)과 김기태 총동창회장(58)이 단상으로 올라가 “교장선생님 말씀대로 각자 본분을 지켜 명문 학교의 전통을 이어가자”고 호소했다.

신 교장은 23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폭력 등 극단적 사태는 아니지만 최근 우리 학교에서도 다소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이런 결심을 하게 됐다”며 “그동안 학생들을 교육 현장에서 내몰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지켜 왔지만 그게 꼭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동문과 학부모들을 찾아다니며 ‘교장 혼자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다’며 동참을 호소했다”며 “전교조 등 교직단체 소속 교사들의 의견도 수렴해 반영했다”고 말했다.

신 교장은 또 “이번 선언이 알려지면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패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명예퇴직이라도 하겠다는 각오로 일을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은 “이 선언 이후 학생들의 태도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고 전했다. 전남도교육청 평생교육체육과 장학관을 거쳐 지난해 3월 취임한 신 교장은 올해 전국 기능경기대회 동메달 수상, 전국체전 럭비부 은메달 획득, 지방공무원 공채 4명 합격 등의 성과로 주목받았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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