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날, 경찰 눈앞서… 조폭 100여명 난투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4일 03시 00분


인천 길병원앞에서 신간석-크라운파 대치… 1명 칼에 찔려도심 한밤 공포의 1시간… 미온대처 남동서장 직위해제

21일 밤 인천 남동구 구월동 가천대 길병원 장례식장에 주차해 놓은 경찰차 옆에서 조직폭력배의 난투극이 벌어지고 있다. 흰 옷을 입은 남성이 흉기에 찔려 바닥에 누워있다(동그라미 안). 인천 남동경찰서 제공
21일 밤 인천 남동구 구월동 가천대 길병원 장례식장에 주차해 놓은 경찰차 옆에서 조직폭력배의 난투극이 벌어지고 있다. 흰 옷을 입은 남성이 흉기에 찔려 바닥에 누워있다(동그라미 안). 인천 남동경찰서 제공
‘경찰의 날’인 21일 인천의 조직폭력배들이 도심 한복판에서 유혈 난투극을 벌여 시민이 불안에 떨었다. 경찰청은 사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안영수 인천 남동경찰서장을 직위해제하는 등 관련자를 중징계했다.

21일 오후 11시 50분경 인천 남동구 구월동 가천대 중앙길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인천 폭력조직인 신간석파 조직원과 크라운파 조직원이 흉기를 상대에게 휘두르며 난투극을 벌였다. 허모 씨(43)가 이끄는 신간석파는 남동구 간석동을 무대로, 박모 씨(46)가 이끄는 크라운파는 연수구 연수동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천의 주요 폭력조직이다.

이날 싸움은 교통사고로 숨진 크라운파 소속 조직원의 부인을 조문하기 위해 장례식장을 찾은 크라운파의 L 씨(34·피해자)와 신간석파의 K 씨(34)가 말다툼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같은 신간석파에서 친구로 지냈지만 L 씨가 크라운파로 옮기면서 사이가 벌어져 만나기만 하면 다투는 앙숙 관계가 됐다.

이날 장례식장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어김없이 말다툼을 벌였다. 장례식장 밖에서도 말싸움이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험악하게 바뀌자 L 씨가 K 씨에게 폭언을 한 뒤 자리를 떴다. 그 때 K 씨는 ‘다음에 만나면 죽여버리겠다’고 생각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20여 분 뒤 L 씨가 다시 장례식장에 나타나자마자 난투극이 시작됐다.

K 씨는 차량에 보관 중이던 흉기를 가지고 와 순식간에 L 씨의 왼쪽 어깨와 오른쪽 허벅지를 찔렀고 L 씨는 그대로 쓰러졌다. 장례식장에 있던 크라운파 조직원들은 소속 조직원인 L 씨의 부상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뛰쳐나왔다. 신간석파 조직원들도 연락을 받고 속속 현장으로 모이면서 장례식장 앞 거리에는 양측 조직원과 양측 조직원을 지원하기 위한 동네깡패까지 100여 명이 집결해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당시 현장에는 조직폭력배가 모인다는 첩보를 듣고 남동경찰서 소속 경찰관 5명이 배치돼 있었지만 범행을 막지 못했다.

남동경찰서 관계자는 “조폭들이 문상을 위해 모여 형사들이 현장에서 이들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었지만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흉기를 휘두르는 피의자를 막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폭력조직 간 대형난투극이 벌어질 가능성이 생기자 현장에는 인천지방경찰청 소속 기동타격대와 방범순찰대 등 경찰 70여 명이 출동했다. 경찰은 양측 조직을 분리하고 해산시켜 더 이상의 유혈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경찰청은 미흡한 대응에 대한 책임을 물어 안 남동경찰서장을 직위해제하고 형사과장과 강력팀장, 상황실장, 관할 지구대 순찰팀장에 대해서도 중징계하기로 했다. 또 사건을 축소·허위 보고한 인천경찰청 지휘부에 대해서도 감찰조사 후 엄중문책할 방침이다.

파문이 확산되자 인천경찰청은 23일 수사본부(본부장 정해룡 인천청 차장)를 구성하고 관내 9개 경찰서에 조폭수사전담반을 운영하는 한편 827명의 형사인력을 총투입해 ‘조폭과의 전쟁’을 벌이기로 했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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