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조직폭력배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 서울 구로구 장례식장 비리 의혹 등에서 촉발된 경찰의 대대적인 내부 감찰 범위가 급속히 확대된 것은 경찰 조직 내에 존재하는 고질적인 허위·축소보고 관행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검사의 지휘 범위를 규정하는 대통령령을 제정하기에 앞서 명실상부한 수사 주체가 됐으니 내부 비리 척결 등 책임도 더 무거워졌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제66주년 경찰의날 기념식 축사 발언도 경찰 내부의 강도 높은 대응 방침에 다소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경찰청은 최근 인천 길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생한 조직폭력배 간 흉기 상해사건과 관련해 인천 남동서장을 직위 해제하고 같은 서 형사과장, 강력팀장, 상황실장, 지구대 순찰 팀에 중징계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인천지방경찰청장 등 인천청 지휘부와 경찰청 수사국 등에 대해 24일 감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인천청 지휘부가 사건 당일 상황을 본청에 축소하거나 허위로 보고한 부분에 주목하면서 출동한 현장 경찰관보다 지휘·통제 및 보고 부실에 더 중한 책임을 묻기로 방침을 정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천청 수뇌부가 상황을 제때 정확히 보고받지 못하다 보니 상황을 적절하게 지휘·통제하지 못했고 본청에 당일 상황을 제대로 보고 하지 않아 경찰청 수뇌부도 제 때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조폭들이 단순한 우발적 충돌을 한 정도로 보고를 받았는데 TV를 보고 칼부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현장 경찰이 적당한 수준에서 덮고 감춘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만큼 허위·축소보고 관행을 없애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조폭이 숫자가 많다고 출동한 경찰관이 위축돼 제대로 된 경찰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그런 직원들은 우리 조직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초 출동한 강력팀원이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면 상황실장에 보고해 적절한 경찰력을 배치해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경고 방송 정도에 그쳤고 형사과장 역시 뒤늦게 현장에 도착했지만 검거 의지가 부족했던 것으로 간주하고 경찰청 감찰라인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21일 인천의 한 장례식장 앞에서 발생한 폭력조직 간 유혈 난투극 과정에서 2개 폭력조직 130여명이 충돌을 빚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눈앞에서 조폭 한 명이 흉기에 찔리는데도 이를 막지 못했다.
경찰 지휘부에 대한 축소·허위 보고 문제는 지난 8월 제주 강정마을에서 발생한 공권력 부재 현상 때도 문제가 됐다.
당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내 대형 크레인 조립을 저지하는 등 업무를 방해한 주민과 시민운동가를 연행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7시간 넘게 시위대에 포위되고 서귀포경찰서 정문을 9시간가량 폐쇄한 사실이 있었지만 이 역시 조현오 경찰청장은 언론을 통해 접했다.
이 때문에 제주 서귀포 서장이 경질당한 것은 물론이고 경찰청 본청의 관련 라인이 질책을 받았다.
경찰서 앞 도로 점거농성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책임을 물어 군포경찰서장을 지난 9월 경질했을 때 역시 본청 수뇌부로 보고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었다.
구로구 장례식장에서 촉발된 유착 비리 역시 서울지방경찰청이 앞서 감찰을 진행했다가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내부 감찰은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종결했다는 점에서 필요하면 직무고발을 활용하는 등 조치가 시급하다고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조 청장은 "200~300여명에 불과한 비리 경찰관은 (10만명 경찰에 비해) 소수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조직과 함께 갈 수 없다"면서 "자기가 할 일을 소극적으로 한 사람은 뿌리를 뽑고 필요한 경우 수사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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