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5월 도입 ‘경찰 수사관 교체요청제’ 기대반 우려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6일 03시 00분


“공정수사 도움” vs “경찰사기 저하”

올해 5월 도입한 ‘경찰 수사관 교체요청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이 제도는 민원인이 담당 수사관에 대해 인권침해나 편파수사 의혹을 제기하면 해당 경찰서에서 교체해주는 것이다. 수사의 신뢰와 공정성을 높인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수사관의 의욕을 꺾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나타나고 있다.

대구 북구 동천동 주민 김모 씨(53)는 최근 알고 지내는 사람한테서 신변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심한 욕설에 시달리자 참다 못해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담당 수사관은 김 씨가 원하는 참고인 조사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조사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강요하는 듯한 분위기도 느꼈다. 김 씨는 “수사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수사관 교체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경찰서는 ‘민원인 중심으로 수사하라’는 방침에 따라 그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대구 및 경북지방경찰청이 수사관을 교체한 사례를 보면 편파수사 시비가 가장 많다. 반말과 욕설 같은 불친절한 언행을 하는 수사관도 문제를 제기하면 바로 교체했다. 피고소인과의 친분 관계나 청탁 의혹을 제기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피고소인을 감싸는 듯한 말을 하거나 자신의 신빙성 있는 진술을 잘 들어주지 않은 수사관도 교체됐다. 대구경찰청 수사1계 관계자는 “이 제도는 민원인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웬만한 불편사항까지 받아주고 이해하려는 편”이라며 “경찰관의 자질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기 혐의로 최근 고소된 박모 씨(53)는 경찰 조사에서 “담당 형사가 강압적이고 편파적”이라며 수사관 교체를 요구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씨의 주장이 수사 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의도적 행동이라고 판단하고 들어주지 않았다.

이처럼 수사관 교체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미 종결한 사건의 수사관을 바꿔달라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막무가내로 교체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고소인이 원하는 수사관을 정해놓고 요청하는 일도 있었다. 대부분 수사 진행을 방해하거나 신청인에게 유리하게 수사를 하게 하려는 의도로 드러났다.

경찰관 사이에는 ‘남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이 나온다. 형사가 수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이유로 교체 통보를 받으면 의욕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교체되더라도 수사관에게 불이익은 없다”며 “논란이 생기는 경우에는 공정수사위원회를 통해 합리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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