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역할을 분담해서 히로뽕을 밀수해 판매해온 일가족이 수사기관에 적발돼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경찰이나 검찰에 적발되는 히로뽕 밀수 조직 가운데 일가족이 동원돼 밀수단을 구성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히로뽕 밀수와 매매를 총괄 지휘하는 ‘컨트롤타워’는 아내 최모 씨(56·여·무직)였다. 5차례 마약 관련 전과가 있던 최 씨는 2009년 5월경 대만 국적의 일명 ‘아롱’ 씨 등으로부터 마약 밀수 제의를 받은 뒤 남편 황모 씨(52·식당업)와 상의해 히로뽕 밀수를 결심했다. 최 씨는 밀수 자금을 조달하는 한편 대만으로 건너가 히로뽕을 직접 반입할 남편과 딸의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 황 씨는 2009년 5월 30일 먼저 출국해 현지에서 히로뽕 50g을 700만 원에 구입했다. 바로 다음 날인 31일 딸 임모 씨(37·주부)는 대만으로 출국해 아버지가 사 놓은 히로뽕을 넘겨받았다. 임 씨는 히로뽕을 비닐로 포장해 질(여성 생식기) 속에 넣는 수법으로 타이베이 공항과 인천국제공항 입국심사대와 세관검색대를 통과했다.
올 5월 최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김모 씨와 윤모 씨 부부를 새로운 히로뽕 운반책으로 끌어들였다. 히로뽕 45g을 건네받고 한국으로 들여오려던 김 씨가 대만 현지에서 히로뽕을 투약해 환각상태에 빠지는 바람에 배달 사고가 날 위험에 처하자 딸을 보내 히로뽕을 들여오기도 했다.
이들 일가족은 같은 수법으로 올 5월까지 3차례에 걸쳐 거쳐 히로뽕 205g을 국내로 밀반입했다. 최 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서울서부지법에서 지난해 1월 구속 기소됐으나 부친상을 이유로 구속집행 정지를 받고 풀려난 뒤 달아났다.
들여온 히로뽕 판매와 배달은 사위 이모 씨가 맡았다. 이 씨는 장모 최 씨에게서 받은 히로뽕을 서울 강서구 일대 등지에서 g당 20만 원을 받고 팔았다. 최 씨가 직접 히로뽕 10g을 300만 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최 씨는 직접 히로뽕을 투약한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는 26일 히로뽕을 밀수입해 판매하거나 복용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최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최 씨의 딸 임 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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