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대회 우승자… 알고보니 주가조작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7일 03시 00분


시세차익 2억-억대상금 챙겨

일반투자자 A 씨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5개 증권사가 개최한 8개 실전투자대회에서 모두 1위를 휩쓸었다. 그렇다고 그가 뛰어난 투자 감각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투자대회에 참가하면서 동시에 여러 다른 계좌를 개설해 수십 개 종목을 평균 10분 안팎에 초단타 매매하는 시세조종 수법을 동원한 것이 고수익률의 배경이었다. 이 덕분에 A 씨는 우승상금과 주식 매매차익으로 수억 원을 챙겼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6일 A 씨를 비롯해 27개 종목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 혐의로 관련자 16명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증선위에 따르면 A 씨는 먼저 실전투자대회에 참가해 대회 참여계좌로 특정 종목을 사들였다. 이어 다른 계좌들을 이용해 이 종목에 대량으로 허위매수 주문을 반복적으로 냈다. 이 종목에 매수세가 몰린다고 판단하는 투자자들을 유인해 주가를 불법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일반인들의 주문이 생각만큼 많지 않으면 비싸게 매수주문을 내거나 매도와 매수 주문을 동시에 내는 방법으로 해당 종목의 매매가 활발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

의도한 대로 가격이 오르면 먼저 사들인 종목을 팔아 시세차익을 내고 허위 매수주문을 취소하는 방법을 반복했다. 거짓 매수세가 끊어지자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뒤따라 들어온 ‘개미’들은 손해를 봤다. A 씨는 이런 식으로 22개 종목에 대해 7001회의 시세조종 주문을 내 2억1900만 원의 매매차익을 얻었다. 부정한 방법으로 수익률을 높이면서 실전투자대회 1위도 늘 그의 몫이었다. 5개 증권사의 8개 실전투자대회에서 모두 우승해 총 1억7500만 원의 상금을 덤으로 챙겼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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