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장관 측근 보내 서울 교육 ‘곽노현 색깔’ 지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9일 03시 00분


■ 이대영 교육감 대행 임명

이대영 교육과학기술부 대변인(52·사진)이 사의를 표명한 임승빈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부교육감) 후임으로 28일 임명됐다.

이 신임 권한대행은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제1차관으로 부임할 당시부터 호흡을 맞춘 ‘최측근’이다. 이 때문에 곽노현 교육감과 정책 방향이 비슷한 박원순 서울시장 및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면서 서울교육을 이끌어 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11년 만에 전문직 출신 부교육감

이 권한대행은 원주고와 공주사대를 나와 1982년부터 중랑중 성동고 구정고 금옥여고 수도여고에서 생물교사로 근무했다. 2001년 서울시교육청 장학사가 된 뒤 학교혁신담당 팀장, 공보담당장학관을 지내며 행정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이 장관이 2008년 제1차관으로 부임할 때 교과부로 자리를 옮겨 홍보담당관이 됐고 지난해 8월 이 장관이 취임하자 대변인이 됐다.

일반직만 맡았던 교과부 대변인 자리에 전문직으로는 처음으로 임명된 뒤 현장 중심의 정책을 조언하고 대학 구조조정,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오류사태 등의 현안에서 추진력 있는 모습을 보여 신임을 얻었다.

일반직이 아닌 전문직 출신이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을 맡은 것도 2000년 임동권 부교육감 이후 처음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취임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시교육청이 모두 진보진영에 넘어가는 일을 막기 위해 이 장관이 자신의 ‘복심’을 부교육감으로 보냈다는 관측이 많다.

○ 곽노현 교육정책 제동 걸릴 듯


이 권한대행은 곽 교육감의 정책 가운데 학교 현장과 맞지 않는 정책을 바로잡겠지만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곽 교육감의 정책을 보좌했던 비서진과 핵심 보직에 대한 인사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의 취임으로 교과부와 시교육청이 교육정책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하는 모습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교육 관계자들은 곽 교육감의 핵심 정책에 조심스럽게 제동을 걸되 일부는 수용하는 식으로 접점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예를 들어 시교육위원회 제출을 앞둔 학생인권조례안은 백지화하거나 문안을 조정하지 않겠냐는 것. 교과부는 학생들의 교내 집회를 허용하고 성적(性的) 지향을 이유로 학생을 차별하지 말라는 조항을 담은 조례안이 초중등교육법 등 상위법과 배치되고 학교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며 반대해 왔다.

곽 교육감이 지난해 취임 후 가장 먼저 제정한 체벌금지 조례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교과부는 ‘교실 뒤에 서 있기’ 등 교육적 목적의 간접체벌은 허용해야 한다는 태도여서 시교육청과 갈등을 빚었다. 시교육청이 내년에 폐지하려고 추진하던 고교선택제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 권한대행은 사석에서 곽 교육감의 폐지 방침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었다.

그러나 전면 무상급식 정책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예산을 축소하는 등 조정이 가능하지만 서울시와 민주당, 학부모의 반발을 우려해 손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다른 시급한 사업을 들어 서울시와 무상급식 예산 분담 비율을 조정할 수는 있겠지만 박 시장이 무상급식 지원에 적극적인 만큼 이 문제로 부딪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교원단체 엇갈린 반응

서울시의회나 교원단체와의 관계 설정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15명 가운데 민주당 소속이 6명을 차지하는 등 진보 성향 위원이 많다.

교원단체는 성향에 따라 반응이 달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논평을 내고 “현장경험이 풍부한 전문직 인사 발탁을 환영한다. 곽 교육감이 추진하던 학생인권조례, 고교선택제 폐지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자신의 하수인 노릇을 할 인사를 부교육감으로 내려 보내 서울 교육행정을 분탕질하려는 이주호 장관의 행위는 명백한 교육자치 훼손”이라고 반발했다.

이경희 기자 sorimoa@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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