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한 대학원생에게 의뢰해 만든 김치냉장고 패턴 디자인을 해외 유명 디자이너 작품이라고 홍보했다가 이 대학원생이 제기한 저작인격권 침해 소송에서 져 3000만 원을 배상하게 됐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판사 박희승)는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생 이종길 씨(31)가 “삼성이 내가 디자인한 냉장고 패턴을 유명 디자이너 ‘카렌 리틀’이 디자인한 것처럼 홍보해 성명표시권을 침해당했다”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씨의 기존 디자인을 기본으로 가공한 디자인은 이 씨의 창작물이므로 디자인에 관한 성명표시권은 원고에게 귀속된다”고 설명했다. 또 “삼성전자는 김치냉장고를 발표하며 이 씨의 성명을 표시하지 않은 것에 그치지 않고 제작자가 유명 디자이너 ‘카렌 리틀’이라고 적극적으로 홍보했다”며 “이 씨가 카렌 리틀이 제작한 것이라는 삼성의 발표와 카탈로그, 광고를 보면서 디자이너로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삼성이 김치냉장고 디자인을 유명 디자이너가 창작한 것처럼 홍보해 김치냉장고의 이미지를 고급화하고 판매량 등을 높이고자 하는 상업적인 의도가 있었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 씨는 2009년 12월 가전제품에 쓰는 패턴 디자인을 제작해 제공하는 삼성전자와 디자인 협력업체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이 씨는 직접 디자인한 ‘바람꽃’ ‘퀸스가든’ ‘세잔느2’ 패턴을 삼성전자에 제공했지만 삼성전자가 지난해 8월 ‘2011년형 지펠 아삭 김치냉장고’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카렌 리틀의 이름을 딴 카탈로그를 제작해 배포하자 소송을 냈다.
이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 이름을 쓰지 않아도 좋지만 다른 유명 디자이너 이름으로 나가니 내 모든 것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며 “수십만 명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이런 사건을 더 이상 겪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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