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주요대학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자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탈락의 고배를 마신 수험생들에게 어떤 말이 위로가 되랴! 그러나 같은 경험을 했던 선배가 들려주는 말이라면 다를지 모른다. 지난해 입학사정관전형으로 합격한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11학번 장대진 씨(19)가 ‘후배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내왔다. 장 씨는 ‘장오빠’라는 닉네임으로 네이버 파워블로그 ‘장오빠의 별을 쏘다’(blog.naver.com/mulpotato)를 운영하는 인물. 고교생을 위한 국내 유일의 주간신문 ‘P·A·S·S’(www.weeklypass.co.kr)에 카툰을 연재하고 있다. 장재원 기자ㅣ jjw@donga.com》
수시 입학사정관전형 최종합격자가 발표되고. 떨어진 너희들 하염없이 우는 모습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 ‘대학은 중요하지 않다’고?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또 그렇게만 말할 수도 없겠지. 만약 대학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3년, 아니 그 이상을 한 곳만 바라보며 달려온 너희들의 노력은 뭐가 되니.
새벽같이 학교에 가 졸린 눈 비비며 공부하고. 매점에서 빵과 우유로 늦은 아침을 해결하고. 공부, 또 공부. 밤엔 다시 독서실로 향하는 고교생들. 그런 살인적인 수험생활을 견디게 한 건 잠들기 전 상상하는 꿈만 같은 대학캠퍼스 생활이었을 테지. 나도 너희처럼 정말 고생하며 공부했어. 그리고 대학에 왔어. 내 이야기를 듣고 조금이라도 마음을 추스르길.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접길 바라.
불합격. 나도 들었던 한 마디야. 난 가장 가고 싶었던 학교엔 끝내 합격하지 못했어. 불합격 통지를 받았을 때 느꼈던 절망감…. 다행히 또 다른 대학에 붙었지만, 내 전공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늦은 출발을 하는 것 같아 불안했어. 내가 그 수준에 못 미치나 싶어서 많이 속상하기도 했지. 지금 돌이켜보면 어린 생각이었던 것 같아. 너희도 당장엔 패배감에 휩싸여 있겠지만, 내 말 믿고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해서 일단 대학에 발을 디뎌봐. 대학 간판이 너희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더 돋보일 수 있고, 그 간판을 오히려 뛰어넘을 수도 있단 사실을 알게 될 거야.
대학생활이라는 게 그렇더라. 어느 대학을 다니든, 목표와 꿈이 확실하고 발걸음을 바삐 하는 대학생은 그 누구도 비난하지 못해. 그런 대학생은 스스로를 창피해하지도 않아. 언제나 자신 있는 눈빛을 보이고 손엔 자기계발을 위한 노력이 들려있어. 그게 너희가 원하는 진정한 대학생이 아닐까?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없단 사실은 슬프지만, 어떤 대학이든 너의 꿈을 지원하기에는 충분히 큰 날개가 될 거라고 생각해.
‘대학이 다가 아니야’라고 하면 누군가는 콧방귀를 뀌겠지. 좋은 대학 못 간 놈들의 핑계라고. 그 말에 상처받고 포기하면 세상은 정말 대학이 전부인 세상이 돼. 하지만 네가 더 잘된다면 넌 당당히 대학이 다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 뚝심을 갖고 일어서는 거야. 밀려나도 다시 돌아오는 밀물처럼 더 큰 꿈을 위해 계속 발걸음을 옮겨야해.
부모님께 죄송하지. 나도 그랬어. 그럴 때일수록 확신에 찬 눈빛을 보여드려. 어딜 가든 똘똘하게 잘 할 수 있다는 눈빛.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이 시련을 더 힘차게 달리기 위한 엔진으로 삼아.
자! 용기가 생기지? 답답하면 산에 가서 소리라도 질러. 울고 싶으면 더 울어. 더러운 세상이라고 생각하면 욕을 해. 그 다음, 얼마 안 남은 수험생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도전하는 대학생으로서의 너는 간판만 멋진 대학생이 아니라 진짜 멋진 알짜배기 대학생이 될 거야. 너희도 나도, 하면 된다. 얘들아, 우리 멋지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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