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 복지포럼]제2회 세미나 : 글로벌 재정위기 시대, 새로운 복지의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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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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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재원 무작정 늘릴수는 없어… 일자리 줘야 숨통 트인다”

‘100인 복지포럼’ 참석자들이 1일 열린 세미나에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강석훈 교수, 이철선 연구위원, 강혜규 연구실장, 주승용 의원, 김성식 의원, 정무권 교수, 윤홍식 교수, 최성은 연구위원, 이준영 교수, 최숙희 교수.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00인 복지포럼’ 참석자들이 1일 열린 세미나에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강석훈 교수, 이철선 연구위원, 강혜규 연구실장, 주승용 의원, 김성식 의원, 정무권 교수, 윤홍식 교수, 최성은 연구위원, 이준영 교수, 최숙희 교수.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동아일보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과 함께 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100인 복지포럼 제2회 세미나’를 열었다. ‘글로벌 재정위기 시대, 새로운 복지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복지 전문가들은 “경제위기를 맞아 한국복지제도를 고치고 우선순위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저소득층이 체감할 수 있도록 복지제도를 효율적으로 바꾸고, 경제를 살리면서 일자리를 만드는 복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김성식 정책위 부의장, 민주당 주승용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토론자로 나서 복지전문가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행사에는 손건익 보건복지부 차관과 김용하 보사연 원장 등 복지전문가와 시민 150여 명이 참석했다. 》
○ 경제를 살리는 복지 (강석훈 교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저성장으로 갈 것이란 예측이 많다. 중국 역시 성장률이 떨어지고 한국도 성장률이 정체돼 있다. 한국은 전체 인구 대비 노인빈곤율이 45.1%로 선진국 평균 14.6%보다 크게 높다. 고령화와 노인 빈곤 문제가 앞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다. 한국의 임금격차는 이스라엘 미국 다음으로 심하다.

한국도 2003년부터 복지 지출을 크게 늘렸지만 사회보험 사각지대가 매우 넓다. 경제 불안정 요소가 많아지면서 복합 리스크가 커졌다. 경제나 복지 한 가지 정책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무조건 복지를 늘려라’ ‘경제가 이런 상태인데 어떻게 늘리느냐’는 식의 주장 일색이었다.

경제와 복지의 적정 조합을 찾는 것이 과제다. 무조건 복지재원만 늘려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자리를 통해 지속가능한 복지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해졌다. 총선이나 대선 등 정치적인 목적으로 몇 조 원씩 쓰겠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은 큰 문제다. 요즘은 누가 길거리에서 많이 외치느냐에 따라 우선순위가 정해지는 듯하다. 하지만 근로능력이 없는 사람에 대한 기초적인 생활보장이 최우선으로 추진돼야 한다. 또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 일자리를 만드는 복지 (이철선 위원)


국민의 14.6%인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함에 따라 2018년엔 약 165만 명의 경제활동인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노인부양 부담은 늘어 국가재정 지출이 늘어날 것이다.

은퇴 세대는 가진 돈은 없는데 30년은 더 살아야 하기 때문에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지게 된다. 정부 각 부처가 다양한 고용정책을 실행하고 있지만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걸핏하면 사업이 중복된다.

기업에서의 정년 연장이 지난해부터 이슈가 됐지만 법제화에 실패했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지만 중소기업에선 미흡한 상황이다. 기업들이 고령자를 위해 일자리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고령친화산업을 육성해 복지를 확충하는 방안을 모색할 때다.

이러한 산업을 키우면 복지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 더구나 고령친화산업은 전형적인 내수산업으로 외부의 영향을 덜 받는다. 고용을 늘리는 기업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청년과 고령자가 같이 일할 수 있는 사업을 늘리고 임금체계도 고쳤으면 한다.

○ 복지제도의 효율화 (강혜규 실장)


지금까지 새 제도를 도입하는 데 급급했다면 앞으로는 이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서비스 품질과 이용자 체감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한정된 재원을 제대로 분배하려면 복지전달 체계의 개선이 시급하다. 사회복지서비스는 공급과잉 상태다. 보육시설은 최근 10년 새 두 배, 노인장기요양시설은 3년 새 여섯 배 늘었다. 사회복지서비스 부문 예산은 복지부 전체 예산의 21.9%를 차지하고 있다.

보육시설 3만4428곳 가운데 39.6%가 지도점검에서 지적사항을 통보받았다. 이런 시설에선 질 낮은 일자리만 창출되고 있다. 시설종사자의 월평균 임금은 164만8000원으로 전산업 평균의 61% 수준이다. 정부 돈을 부정하게 받는 시설에 대한 처벌과 규제도 필요하다. 또 소비자의 실질적 선택이 가능하도록 ‘시장형’ 시설로 바뀌어야 한다.

정리=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 패널 토론 ▼

“스웨덴 모델 도입? 합의 이끌 정치력이 관건”

금융위기에 이어 재정위기다.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지금, 한국 복지는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경제 성장의 과실로 복지가 확대된 선진국 선례를 본다면 한국 복지는 어려운 상황임이 분명하다. 이날 토론자들은 복지정책 없는 경제정책이나 경제정책 없는 복지정책, 그 어느 하나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데 동의했다.

○ 경제와 복지가 함께 지속 가능하려면


윤홍식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스웨덴 모델을 언급하며 정부 역할을 강조했다. 1920, 30년대 대공황 당시 세금을 늘려 복지를 늘리는 집권 사민당의 정책은 좌우파로부터 모두 비판을 받았지만 현재는 재정건전성, 소득균형, 경제성장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것.

스웨덴 모델과 비교할 때 한국은 복지 재원 자체가 부족하다. 윤 교수는 “지출할 곳이 많은데 세금이 적은 게 한국 재정의 문제다. 조세저항을 극복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정치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숙희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복지 재원이 한정돼 있다면 사각지대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고용보험은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가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사업주는 가입하지 않음으로써 보험료 부담을 덜고, 근로자는 그만큼 월급으로 더 받기 때문에 가입률이 낮은 것. 자영업자는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는 있지만 실업급여는 받을 수 없다. 최 교수는 “고용보험료 감면을 통해 이들이 생애 위기를 대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고용과 복지 연계하려면


고용과 복지가 선순환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윤 교수는 “좋은 일자리와 관련해 미국은 절반, 스웨덴은 90% 정도를 정부가 만들었다”며 공공부문의 일자리 확대를 주장했다. 반면 이준영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의 일자리 사업은 비정규직이나 단기 인턴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대신 이 교수는 네덜란드나 스웨덴처럼 좋은 일자리를 나누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다만 시간제근무(파트타임 잡)가 고용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 역시 사회적 기업을 예로 들며 정부의 개입에 우려를 표시했다. 사회적 기업이 고용과 복지를 연계한 모델로 떠올라 정부가 적극 육성했지만 자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정부보다 민간이 주도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노인 기본소득 보장 필요해


노인 일자리 창출만으로는 노인 빈곤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성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노인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고인데, 노후소득이 보장되지 않아 이미 고용률도 높다”고 말했다. 기초노령연금, 국민연금 등 기본적인 소득이 우선적으로 보장되면 내수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최 위원은 말했다.

가족복지를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높았다. 최 위원은 “스웨덴은 가족수당이 관대해 사회 서비스가 확대되고 여성의 경제참여율이 80%를 웃돌게 됐다”고 말했다. 국가가 돌봄을 책임지면서 복지 확충과 경제성장이 동시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토론 나선 與野 정책위 부의장 ‘보편복지 공감, 방법론 이견’ ▼


세미나에 참여한 여야 의원 모두 ‘보편적 복지’가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재원조달이나 우선순위 등 구체적 방법론에서는 확연한 견해차를 보였다.

김성식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한국은 공공사회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보다 낮은 편인데, (시민들의) 다양한 사회적 욕구를 포퓰리즘이라며 비판함으로써 소통에 실패한 점은 인정한다”며 “적절한 수준의 복지 확대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승용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서 무상급식을 선두로 보편적 복지시대가 열렸다”며 “‘3+1’(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반값등록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 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세금을 더 걷어야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지만, 증세 속도에는 이견이 있었다. 김 의원은 “사회문화적 타협 수준이나 조세부담률을 볼 때 고부담 고복지 구조로 가기는 쉽지 않다”며 “1%포인트 올리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다. 시급한 복지 분야부터 조금씩 확대해 나가자는 것이다.

반면 주 의원은 “‘내가 세금 내고, 나도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식이 자리 잡으면 조세저항은 줄어들 수 있다”고 반박했다. 내가 내는 돈으로 가난한 일부 계층만 혜택을 본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세금이 아깝다고 생각하지만, 나도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조세저항이 적어진다는 주장이다. 주 의원은 “현재 19.3%인 조세부담률을 참여정부 말기 수준인 21%대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 지출 우선순위도 달랐다. 김 의원은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만큼 저소득 자영업자나 현재 고용보험에서 제외되고 있는 비정규직이 사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일자리를 통한 지속가능한 복지’를 주장했다. 반면 주 의원은 “있는 재원으로 찔끔찔끔 지원할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보육, 교육, 주거, 일자리 문제에 적극 재원을 투입해 저출산, 저성장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 토론참석 전문가 ::


▽ 사회
정무권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한국사회정책학회 회장)
▽ 토론 패널
윤홍식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
최성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이준영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숙희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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