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청 인근 마장동과 홍익동이 한우와 곱창을 내세운 새로운 맛집 골목으로 뜨고 있다. 축산물 시장의 대명사인 이 지역 특성을 살린 변신이다. 우선 질 좋은 고기를 도매가로 구입할 수 있는 마장축산물시장의 변화가 눈에 띈다. 1단계로 축산물 시장을 구경하다 마음에 드는 업소에서 고기를 싸게 사면 된다. 2단계로는 상인들이 모여 정부 지원을 받아 축산물 시장 내에 차린 ‘고기 익는 마을’에서 1인당 4000원을 내고 입장한다. 3단계는 맛나게 먹기만 하면 된다.
○ 싸게 파는 마장동서 직접 고기 굽기
수도권에 유통되는 고기의 70%를 공급하는 육류시장인 만큼 값이 싸다는 게 큰 장점이다. 최상급 한우의 등심 안심 부위 1kg을 8만 원 정도에 먹을 수 있다. 1인분(150g)에 4만∼5만 원 받는 한우 전문점 가격의 3분의 1 정도다.
8월 문을 연 고기 익는 마을은 이 지역 명물인 축산물 시장 입점 상인이 모여 육류 소비와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도 높이자는 취지에서 탄생했다. 정부가 육성하는 ‘마을기업’에 선정돼 창업자금 3000만 원도 지원받았다. 의구심을 갖던 일부 상인도 고기 익는 마을이 번창하면서 “시장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며 반기고 있다. 125석 규모의 식당이지만 평일도 저녁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찾기 어렵다. 성동구는 협동조합으로부터 추천받은 업소를 모범업소로 지정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한우를 구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고기복 마장축산물시장 상점가 진흥사업 협동조합 상무는 1일 “예전에는 늦어도 오후 7시면 정육점 문을 닫았지만 이제는 늦게까지 이곳에서 바로 회식하려는 사람들이 몰려오면서 자정 무렵까지 영업한다”고 말했다. 활기도 넘쳐나지만 늘어난 매출에 상인들은 반색한다.
성동구와 협동조합은 이런 분위기를 이어 나가기 위해 4일 오전 11시부터 시장 인근 공영주차장에서 ‘마장축산물시장 한마당 축제’를 연다. 고기부위 맞히기, 초대가수 공연, 행운권 추첨, 경매 행사, 시식회가 준비됐다.
○ 왕십리 곱창골목의 재탄생
생고기 구이도 좋지만 쫄깃한 곱창이 더 생각난다면 도선사거리를 지나 성동구청 쪽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된다. 왕십리 뉴타운 개발로 사라진 ‘왕십리 곱창골목’이 성동구청 맞은편 홍익동에 새롭게 조성되고 있다.
현재 고흥곱창 마장황소곱창 맛나곱창 왕십리정부네곱창 정은이네곱창 등 5곳이 영업 중이다. 20여 개 업소가 밀집했던 옛 왕십리 곱창골목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 하지만 전통 있는 집들이 이곳으로 이전해 와 단골들이 몰리고 있어 곧 예전 명성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곱창 양곱창 돼지구이곱창 야채곱창 등을 1인분에 1만1000원∼2만 원이면 즐길 수 있다. 마장동 축산물 시장에서 바로 공급되는 곱창이라 신선하고 싸다는 게 장점.
10년 단골이라는 회사원 조경관 씨(49)는 “왕십리 곱창골목이 없어져 많이 서운했는데 부활의 조짐이 보여 반갑다”며 “맛은 그대로이고 가격도 부담 없어 친구들과 자주 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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