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 용의자 미군 아들, 美법정에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3일 09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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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연방중앙지법서 예비 청문..송환여부 빨라야 6개월 후 결정
패터슨, 수의에 수갑ㆍ족쇄 찬 중범죄인 모습으로 출두

'이태원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받는 미국인 아서 패터슨(32)을 한국으로 송환하기 위한 미국 내 재판 절차가 마침내 시작됐다.

미국 연방법원 캘리포니아 중앙지방형사법원의 마이클 윌너 치안판사는 2일(현지시간) 패터슨과 그의 변호인, 송환을 청구한 연방정부 대리 원고인 검사를 법정으로 불러 예비 청문을 열었다.

패터슨의 송환 재판은 이날 예비 청문에 이어 양측의 증거 자료 제출과 검토, 여러 차례의 청문을 거쳐 빠르면 6개월, 늦으면 1년 넘어서 결론이 날 전망이다.

송환 재판에서 판사가 송환을 결정해도 패터슨이 항소하면 다시 한번 1년이 넘는 시일이 걸리는 2심을 거쳐야 한다.

이날 열린 예비 청문은 판사가 연방 정부의 송환 요구 이유와 패터슨의 무죄 주장을 청취하고 향후 재판 일정을 협의하는 자리였다.

윌너 판사는 변론에 필요한 증거와 자료 제출 기일을 내년 1월17일로 지정해 본격적인 심리는 내년 2월이 지나야 열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원고로 나선 연방검찰 캘리포니아 중앙지검 앤드루 브라운 검사는 "송환이 이뤄지려면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이제 첫 단계에 발을 디딘 것"이라고 말했다.

패터슨이 진범이 틀림없으므로 한국으로 송환해 단죄해야 한다는 검사의 주장과 패터슨은 살인을 저지른 적이 없으니 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변호인의 논리는 이날 예비 청문에서부터 팽팽하게 맞섰다.

데이지 바이그레이브 변호사는 "패터슨은 살인을 저지르고 도피한 것이 아니다"면서 "합법적으로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도 숨지 않고 떳떳하게 살아왔다"고 말했다.

바이그레이브 변호사는 패터슨의 무죄를 입증하려면 한국 검찰이 애초 살인죄로 기소했던 에드워드 리에 대한 재판 기록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윌너 판사는 미국인을 외국 사법 체계로 이관하는 사안이기에 면밀한 증거 검토와 신중한 판단이 요긴하지만, 에드워드 리의 재판 기록까지는 필요하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브라운 검사는 "패터슨이 범인이라는 증거가 아주 많다"면서 "패터슨을 한국으로 반드시 보내 단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패터슨은 주한 미군 군속의 아들로 한국에 머무르던 1997년 4월 이태원의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조모(당시 23세)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다.

한국 검찰은 당시 에드워드 리를 범인으로 기소했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자 뒤늦게 패터슨을 진범으로 지목했지만, 패터슨은 이미 미국으로 떠나버린 뒤여서 지난해 미국 정부에 송환을 요청했다.

구속 상태에서 송환 재판을 받게 된 패터슨은 붉은 줄무늬 수의(囚衣)를 입고 수갑과 족쇄까지 찬 중죄인의 모습으로 법정에 나타났다. 방청석의 한국 보도진을 보고 잠시 흠칫 놀라기도 했지만 여유가 있는 표정으로 검사와 변호사의 공방을 지켜봤다.

패터슨은 퇴정할 때 가족으로 보이는 여성 3명에게 눈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그는 한국 법무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따라 지난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연방 검찰에 체포돼 구속 수감 중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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