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만여 명의 강원 태백 지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보험사기 사건이 적발됐다. 강원지방경찰청은 2007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허위 입원 등의 수법으로 150억 원대의 보험금 및 요양급여비를 받아낸 태백 지역 3개 병원 원장 등 보험사기 피의자 410명을 검거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엄모 씨(63) 등 3개 병원 원장과 사무장 7명은 인구 감소 등으로 병원 경영이 악화되자 입원 당일에만 진료받고 집에서 생활하는 속칭 ‘차트환자’와 아픈 곳도 없이 장기간 병원에 체류하는 ‘나이롱환자’를 유치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 17억1000만 원을 챙긴 혐의(사기 등)를 받고 있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월 35만 원을 지원받는 김모 씨(63)는 월보험료 36만7010원의 5개 보험상품에 가입한 뒤 2007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등산 도중 넘어졌다”거나 “나무에서 떨어졌다”며 15차례에 걸쳐 입원해 1억2000만 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김 씨는 입원 치료 중이던 2009년 5월 27일 병실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신 뒤 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단속되기도 했다.
보험설계사 이모 씨(46·여)도 2007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요추부염좌 진단을 받아 병원에서 입원 수속만 한 뒤 바로 나와 입원 확인서로 보험사에서 8500만 원을 받아냈다. 경찰은 통화 기록을 조사해 이 씨가 입원했다는 90일 중 75일은 태백 이외 지역에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윤모 씨(56·여) 가족 5명은 2005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관절염, 당뇨 등을 이유로 총 2030일을 입원해 약 2억5000만 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윤 씨의 남편이 585일, 아들 113일, 딸 389일, 사위 44일 등이다. 장모 씨(59·여)도 20차례에 걸쳐 556일간 입원하는 등 남편, 딸 3명, 아들 등 일가족 6명이 총 1019일을 입원하는 수법으로 약 3억2000만 원을 받았다.
대학원생인 임모 씨(29)는 19개 보험사, 38개 보험상품에 가입해 월 130만 원의 보험료를 낸 뒤 2개 병원에 입원을 반복하며 총 2억5600만 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식당을 운영 중인 이모 씨(56·여)는 15개 보험상품에 가입하고 등산 중 넘어짐, 위궤양, 대상포진 등의 질환 및 재해를 이유로 41차례나 입원해 3억3300만 원을 챙겼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허위 입·퇴원 확인서를 발급받아 보험금 140억 원을 부당 지급받은 전현직 보험설계사 72명도 보험사기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보험설계사들은 영업을 위해 가입자에게 범행 수법을 안내하고 병원도 소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같은 혐의가 있는 다른 300여 명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동혁 강원경찰청 수사2계장은 “‘태백에서 보험금을 못 타면 바보’라는 말이 있어 수사를 시작했다”며 “장기 입원 환자의 입원 기간 통화 기록과 금융거래 자료 분석을 통해 혐의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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