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기본원비 26만원 경우 5, 6개 항목 붙어 58만원…내년 원아 모집 앞두고 곳곳서 편법 인상 기승
며칠 전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한 유치원 입학 설명회에 참석한 주부 신주영 씨(33)는 유치원의 상술에 놀아난 것 같아 기분이 몹시 나빴다.
유치원 측은 “기본 원비는 26만 원으로 작년과 동일하다”고 말한 뒤 “다만 추가 행사에 대한 비용은 따로 받는다”고 덧붙였다. 유치원 측이 밝힌 추가 행사는 생태공원 견학, 테마파크 나들이, 수목원 방문, 재롱잔치 등이었다. 추가 행사는 대부분 부모가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건당 2만∼3만 원이 더 든다. 이 행사를 모두 참여하면 매달 3만 원 이상의 추가비용을 내야 한다.
오후 6시까지 아이를 맡기면 비용이 껑충 뛴다. 우선 종일반 비용으로 4만 원을 더 내고 미술 음악 종이접기 등 선택특기과목 가운데 하나 이상 선택해야 한다. 이 경우 과목당 15만 원을 내야 한다. 결국 선택은 엄마들에게 맡긴다지만 사실상 매달 20만 원 이상 더 들어가는 셈이다.
내년부터 ‘5세 공통교육’이 실시되면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5세 아이에게 매달 20만 원이 지원된다. 지금까지는 소득 70%까지만 차등해서 지원금을 받았다. 가계의 육아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지만 일부 유치원이 이를 악용해 각종 항목을 추가하면서 유치원비를 편법 인상하고 있다.
신 씨는 “지난해 같은 동네 엄마가 그 유치원 한 달에 40만 원 정도 든다고 했었는데, 설명회를 들어보니 월 50만 원 정도 들 것 같다”며 “20만 원을 지원받아도 10만 원이 고스란히 유치원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 사는 주부 오모 씨(35)는 “선생님이 중국이 떠오르는 만큼 내년부터는 한자도 과목으로 넣는다고 했다”며 “말이 선택이지, 다 같이 선택하라는 압박이 있다”고 말했다.
본보 취재 결과 상당수 유치원이 필수과목 수를 늘리거나 기존에 받지 않던 비용항목을 만들어 돈을 더 받기도 했다. 경기 화성시 동탄의 A 유치원은 기존에 받던 급식비 외에 우유간식비를 추가로 만들어 월 1만 원씩 더 받을 예정이다.
안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주부 송유주 씨(36)는 “전화로 물어보면 비용도 정확하게 안 가르쳐주면서 일단 방문하라고 한다”며 “설명을 한참 들은 뒤에야 종이로 인쇄된 비용항목을 펼쳐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치원은 별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비싸다”는 송 씨의 반응에 유치원 원장은 “원비만 받아서는 급식이나 선생님 질이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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