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유럽 현장을 가다]<중>英 애드넘스 공장 가보니

  • Array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지구를 사랑하는 ‘착한 맥주’… 제조과정 온실가스 절반 ‘뚝’

지난달 26일 영국 서퍽 지역 사우스올드에 위치한 애드넘스 맥주 공장에서 맥주양조사인 퍼거스 피츠제럴드 씨가 ‘온실가스 제로’ 맥주를 잔에 따르고 있다. 이 회사에서 생산한 맥주에는 ‘탄소중립(Carbon Neutral)’이라는 표시가 새겨져 있다(작은 사진). 사우스올드=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지난달 26일 오후 3시 영국 런던에서 북동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서퍽 지역 사우스올드에 도달했다. 인구 1500명의 작은 해안마을인 사우스올드 중심부에 들어서자 은은한 맥주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영국 지역맥주 중 하나인 애드넘스 맥주 본사와 공장이 바다와 함께 보였다.

○ 친환경 저탄소 맥주로 성공


사무실에 들어서자 맥주양조사인 퍼거스 피츠제럴드 씨(46)가 “먼 길을 왔다”며 맥주 한잔을 권했다. 이어 “환경에 좋은 만큼 맛도 좋을 것”이라며 웃었다. 1872년 설립된 이 회사는 2005년 유럽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된 후 시설을 친환경 시스템으로 개선해 영국에서 처음으로 탄소중립 맥주를 만들었다. ‘탄소중립’이란 경제활동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0으로 줄이거나 탄소 발생 시 나무를 심는 등의 대체행위로 상쇄하는 것을 뜻한다.

사무실 옆 공장 안으로 들어가니 깔때기 모양의 대형 통에 보리를 넣은 후 열을 가하고 있었다. 곡물은 70도가 돼야 단맛이 나온다. 통 옆으로 파이프가 연결돼 있었다. 피츠제럴드 씨는 “곡물을 볶을 때 나오는 열을 버리지 않고 이 파이프를 통해 포집한 후 열교환기로 보내 다시 에너지로 재활용한다”며 “수증기도 포집해 물로 만들어 다시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회사 맥주는 1L를 만드는 데 물 6∼7L를 사용하지만 우리는 3L만 쓴다”며 “이산화탄소를 최대한 덜 내보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마을 주변에는 보리밭이 많았다. 애드넘스 맥주는 마을 일대에서 키운 보리로 만든다. 보리 운반차량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런 공정으로 맥주 1병 생산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300g) 양을 절반(153g)으로 줄였다. 중형차가 2km를 달릴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양이다. 이 회사는 연간 450만 병을 생산하므로 7억 t가량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였다.

맥주 창고 주변에는 13.2m²(약 4평) 넓이의 태양열판 39개가 설치돼 있었다. 또 자사(自社) 맥주를 공급하는 식당에서 모은 음식쓰레기를 이용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시설물도 보였다. 맥주 창고는 주변 지대보다 3m가량 움푹 들어간 곳에 위치해 있었다. 현장 근무자는 “지열을 이용해 전기 없이 적정보관 온도(13∼17도)를 유지하며 창고 외벽 콘크리트에 마(채소의 일종)를 섞어서 단열효과를 높였다”고 말했다. 친환경 맥주의 효과는 컸다. 애드넘스사 앤디 우드 사장은 “다른 맥주 업체들의 매출이 2.8% 감소할 동안 우리는 6% 증가했다”고 말했다. 친환경 맥주 이미지가 생기면서 대형유통업체 ‘테스코’가 6개월간 애드넘스 맥주를 특별홍보하기도 했다.

○ 배출권 거래제는 새로운 기회


유럽 기업 일부는 배출권 거래제 도입 후 생산시스템을 저탄소 체계로 개선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33개 국가의 화력·원자력발전소 모임인 유럽전기사업자협회(Eurelectric) 존 스코크로프트 정책팀장은 “배출권 거래제 도입 후 발전시설이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도록 고치는 데 투자하게 됐다”며 “장기적으로 저탄소 시스템을 갖춘 회사가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부담도 적어지고 가격 경쟁력도 생겨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앨러스테어 하퍼 영국산업연맹(CBI) 비즈니스환경부장은 “온실가스 감축은 기업에 ‘사회적 책임’이 아니라 돈이 돼 너도나도 뛰어드는 사업(hard Business)”이라고 규정했다. 세계 녹색산업 규모는 약 5900조 원으로 추정된다. 그는 철강, 시멘트 등 회원사들이 반대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저탄소로 가기 위해 풍력발전소를 만들려면 시멘트로 발전소 바닥을 다지고 철강으로 기둥을 세워야 한다”며 “배출권 거래제를 하면 약간 부담이 되지만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배출권 거래제가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불만도 표출했다. 유럽 내 철강, 화학, 알루미늄 회사 등의 연합체인 유럽시멘트협회(Cembureau) 클라우드 로레아 기술부장은 “배출권 거래제 도입 후 가격이 오르면서 중국산 시멘트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며 “정부 측에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스올드·브뤼셀=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