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딸’ 신숙자 씨 모녀 구출 운동으로 친북 행적 논란에 휩싸인 작곡가 윤이상 씨의 16주기를 맞은 3일. 윤 씨 고향인 경남 통영시에서는 윤이상 규탄 집회와 추모식이 동시에 열렸다.
지난달 29일부터 6일까지 통영에서 열리고 있는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 기간에 맞춰 윤 씨의 과거 행적과 예술적 업적을 알리기 위해 보수단체와 통영지역 예술단체가 각각 기획했다. 신숙자 씨 모녀 구출 운동이 윤 씨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지면서 보수단체와 통영지역 예술단체 간의 마찰과 대립의 접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 “통영의 딸 구출운동 입장 밝힐 것”
이날 오전 11시부터 통영시 도천동 도천테마공원 내 메모리홀에서 40분가량 진행된 추모식은 통영지역 예술인들로 꾸려진 단체 ‘통영예술의 향기’가 마련했다. 2008년부터 기일인 11월 3일에 추모식을 열고 있다. 이날도 예술인 20여 명이 참석했다. 일반 시민은 참석하지 않았다. 손에 촛불을 든 예술인들은 윤 씨의 작품을 보고 생전 육성을 듣고 헌화했다.
박금석 통영예술의 향기 수석부회장은 추모사에서 “당신을 버린 조국은 또다시 거짓의 굴레를 씌워 진실을 왜곡하려 한다”며 “당신을 향한 그 어떤 투기와 질투에도 굽힘없이 우리는 당신을 자랑으로 가슴에 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우권 통영예술의 향기 부회장은 “통영의 딸 구출운동으로 통영지역이 분열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추모식도 순수 민간단체가 그의 예술적 업적을 기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모식에서 참석한 통영국제음악제 이용민 사무국장은 윤 씨의 부인 이수자 씨(84)의 인사말을 대신 전했다. 이 국장은 “유족은 통영이 분열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2주일 뒤 기자회견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통영지역 예술인들도 윤 씨가 신 씨와 신 씨의 남편 오길남 박사에게 월북을 권유했다는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 “윤이상은 통영의 아들이 아니다”
같은 날 오후 1시 20분 통영시 중앙동 강구안 문화마당. 군복 등을 입은 60, 70대 노인 70여 명이 ‘윤이상은 김일성에게 충성한 매국 반역자다’ ‘통영에서 윤이상의 이름을 깨끗이 지워라’ ‘아직도 (윤이상에 대한) 추모 행사가 웬 말이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대한민국 대청소 500만 야전군 본부, 어버이연합, 베트남참전유공전우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로 ‘통영의 딸 신숙자 모녀를 북에 넘긴 윤이상 및 그 가족과 종북 세력 규탄대회’에 참여하려고 전국에서 모였다. 일반시민은 없었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북한을 조국으로 알고 충성해온 윤 씨가 통영의 아들이란 말인가”라며 “통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들을 윤 씨 기념물들로 채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규탄대회에 이어 통영 중앙시장 등지에서 시민들에게 윤 씨를 비판하는 유인물도 나눠줬다.
지만원 야전군 본부장은 “추모식을 방해하려는 게 아니라 통영시민들에게 윤 씨의 행적을 바로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윤 씨가 반국가 활동을 한 만큼 통영 대표 인물로 추앙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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