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700억… 1400억… 경기지역, 너도나도 대형공연장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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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경기지역에 객석 1000석 이상의 대형 공연장이 잇달아 문을 열거나 추진 중이다.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적게는 수백억 원, 많게는 수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지역 주민은 좋은 공연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며 환영한다. 그러나 공공 공연장이라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다 보니 지자체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많다.

○ ‘너도나도 공연장’ 생존 경쟁 낳아


용인시는 내년 2월 수지구 죽전동 하수처리시설 ‘수지레스피아’에 전문공연장인 ‘용인아트홀’을 준공한다고 3일 밝혔다. 정식 개관은 5월로 예정됐다. 총면적 1만3882m²(약 4200평)로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다. 공연장 관람석은 1173석. 용인시는 용인아트홀 건립에 약 7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부천시도 대형 공연장 건립 계획을 마련했다. 원미구 중동 시청사 맞은편 중앙공원에 들어서는 부천문화예술회관(문예회관)이다. 지하 1층, 지상 4층에 2000석 규모의 콘서트홀과 500석 크기의 다목적홀, 전시시설이 들어선다. 약 1400억 원이 들어가며 2013년 상반기 공사가 시작돼 2015년 말 완공 예정.

대형 공연장 개관이 이어져 기존 공연장과의 생존 경쟁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용인아트홀은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성남아트센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경기도문화의전당 등과 전철이나 승용차로 불과 30분 안팎의 거리에 있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은 경기도 산하 경기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성남아트센터는 서울 강남과 가깝고 뮤지컬 ‘미스 사이공’ 국내 초연 등으로 화제를 모으며 지역 공연장 돌풍을 이끌었다. 앞으로 세 공연장은 경기 남부 지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부천문예회관도 어느 정도 고정 관람층을 형성한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어울림누리와 유치전쟁을 피할 길이 없다.

올해 사장이 바뀐 성남아트센터와 고양아람누리는 대형 공연뿐 아니라 지역밀착형 문화사업을 대폭 확대하는 등 경쟁에 대비해 새로운 운영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안인기 성남아트센터 사장은 “문턱을 과감히 낮춰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청소년 관련 문화예술정책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보기는 좋은데 재정에는 ‘빨간불’


지자체들이 대형 공연장을 앞다퉈 짓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많다. 대부분 적정 수요를 감안해 추진하기보다는 “하나 짓고 보자”는 식의 사업이 적지 않았다. 대형 공연장을 건립하면 막대한 공사비 외에 매년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비를 지원해야 한다. 문화복지사업에 초점이 맞춰진 지자체 공연장으로서는 수익을 내기가 매우 어렵다. 또 대부분의 지자체가 공연장을 지으며 이를 관리할 별도의 문화재단까지 설립하기 때문에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성남아트센터의 경우 매년 150억∼200억 원의 적자가 나고 대부분 시 출연금으로 메우고 있다.

용인시도 아트홀 개관에 앞서 내년 1월 직원 50명가량의 용인문화재단을 출범한다. 그러나 경전철 사업의 여파로 막대한 재정지출이 예고된 상황이어서 문화재단 및 아트홀 운영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용인시 관계자는 “경전철 사업 때문에 아무래도 아트홀 운영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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