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예산 꼼수’로 등록금 부풀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감사원 113개 대학 감사, 지출 늘리고 수입은 축소…교비횡령 등 94명 수사의뢰

대학들이 멋대로 예산을 편성한 뒤 모자라는 돈은 등록금을 인상해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적발된 내용만 개선해도 등록금을 15%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 이번 감사로 거액의 자금을 유용한 대학 이사장과 총장, 교수, 직원 등 94명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감사원은 3일 전국 113개 대학과 교육과학기술부 등 감독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 등록금 및 재정운용 적정성 등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35개 대학은 최근 5년간 예산을 편성하면서 연평균 4904억 원의 지출을 부풀리고, 등록금 외 수입은 1648억 원 축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35개 대학의 2010년 등록금 총액 5조1536억 원의 12.7%에 해당한다. 감사원은 “지출액 가운데 등록금 외 수입으로 충당할 수 없는 부분을 등록금으로 채우는 방식으로 예산을 작성하면 등록금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또 △법인이 부담해야 할 교직원의 사학연금, 건강보험료 등을 교비에 전가하고 △교비 수입으로 처리해야 할 학교기부금 등을 법인회계로 처리하는가 하면 △공무원 신분인 국공립대 교직원에게 기성회비로 인건비를 추가 지급하는 등의 행태도 등록금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각 대학의 재정 상황과 교육 여건이 다른 점 등을 감안해 적정한 등록금 수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감사원이 등록금 인상 요인으로 제시한 금액을 합산하면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더라도 등록금의 15%는 부풀려진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감사원은 50여 개 대학의 이사장과 총장, 교수, 직원 등 94명이 교비를 횡령하거나 금품을 받는 등 비리를 저지른 사실을 적발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또 160여 명에 대해서는 교과부에 통보해 고발 징계 등의 조치를 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 밖에 대학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해 11개 대학이 교직원 가족 등 800여 명을 신입생으로 부당하게 선발해 학생 충원율을 높였으며, 5개 대학이 무자격 교원 50여 명을 임용한 사실도 적발됐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