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전남 목포시 옥암동 옥남초등학교. 문을 닫은 이 학교에 아동 78명이 상기된 표정으로 바이올린, 첼로 등을 들고 모여들었다. 아이들은 100m²(약 30평) 넓이의 비좁은 급식실에서 모차르트 ‘작은 별 변주곡’, 하이든 ‘놀람 교향곡’ 등 11곡을 연주했다. 이들 중 76명은 아동복지시설인 목포아동원, 신안보육원과 전남 목포시와 신안군의 지역아동센터 6곳의 아동들이다. 압해대교로 연결되기 전까지 섬이었던 신안군 압해면 지역아동센터가 가장 먼 곳에 위치해 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월·목요일 각 시설 차량을 30분에서 1시간씩 타고 옥남초교로 와 연습을 했다.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가 후원해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이하 드림오케스트라)라는 이름도 지었다. 목포아동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정희성(가명·초교 4년·11) 군은 “악기를 켜다 보면 슬픔과 외로움이 모두 사라진다”고 말했다.
드림오케스트라는 4일 서울 중구 충정로1가 NH아트홀에서 첫 창단공연을 한다.
음악에 소질이 있어 개별 레슨을 받고 있는 전남지역 소외계층 아동 2명도 창단공연에 동참한다. 창단공연이 펼쳐지는 NH아트홀에는 후원자와 주한 미국대사관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드림오케스트라는 23일 목포 신안비치호텔에서 지역 후원자들을 위한 공연도 연다. 이 공연에는 벤저민 휘트콥 교수(미국 위스콘신 화이트워터대)와 주한 미대사관 직원들로 이뤄진 오케스트라 마스터 클래스가 협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휘트콥 교수는 전남 지역 소외계층 아동들이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힘들게 연습한다는 것을 알고 무료로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한국에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드림오케스트라가 국내에서 다양한 소외계층 아동들이 하나로 모여 결실을 거둔 첫 사례로 보고 있다. 드림오케스트라는 음악을 통해 빈곤 아동들의 범죄율을 낮추고 꿈을 갖게 한 베네수엘라의 음악운동 ‘엘 시스테마’의 한국판 성공 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드림오케스트라가 완전한 한국판 엘 시스테마가 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난제도 많다. 우선 마땅한 연습공간이 없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다. 현재 연습공간으로 쓰는 옥남초교는 내년에 다른 교육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비워줘야 한다. 드림오케스트라 강사 10명도 교통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당을 받고 있다. 아동들이 쓰는 각종 악기는 홍의현 드림오케스트라 단무장(목포 홍현악기 대표)이 모두 기부했다.
홍 단무장은 “아동들이 연습을 위해 각자 시설 차량을 타고 힘들게 오는 것이 안타깝다”며 “한국판 엘 시스테마가 성공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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