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름다운 단풍길’ 80곳으로 확대… 낙엽 치우지 않겠다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5일 03시 00분


가을 정취인가… 위험 방치인가…

4일 은행나무 낙엽으로 뒤덮인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길을 찾은 시민들이 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서울시는 단풍이 아름다운 길 80곳을 지정해 낙엽을 쓸지 않도록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4일 은행나무 낙엽으로 뒤덮인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길을 찾은 시민들이 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서울시는 단풍이 아름다운 길 80곳을 지정해 낙엽을 쓸지 않도록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가을이 무르익으면서 도심 거리가 낙엽으로 뒤덮이고 있다. 지자체는 낙엽을 쓸어내지 않는 ‘낙엽 거리’까지 지정해 가을 정취를 돋우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6일 ‘올해의 아름다운 단풍길’ 80곳 137.69km 구간을 지정해 발표했다. 지난해보다 7곳이 늘었다. 서울시는 “11월 중순까지 낙엽을 쓸지 않고 관리해 시민들이 가을의 정취와 낭만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낙엽거리는 종로구 삼청동길, 관악구 관악산 계곡길, 성동구 송정둑길, 마포구 월드컵공원 순환길 등이다.

낙엽 거리에 대한 시민의 반응은 엇갈렸다. 단풍길로 선정된 중랑구 봉수대공원에서 만난 김영숙 씨(62·여)는 “낙엽을 밟으면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고 지친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말했다. 반면 중구 덕수궁돌담길에서 만난 이홍일 씨(47)는 “낙엽이 찢긴 후에는 먼지가 나고 보기에도 좋지 않다”며 “비 오면 미끄럽고 애들이 만지면 농약이라도 뿌렸을까 봐 걱정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으로 서울에는 은행나무(40.4%) 버즘나무(플라타너스·28%) 느티나무(10.5%) 벚나무(8%) 등 20여 수종 28만3609그루의 가로수가 있다. 본격적으로 낙엽이 들기 시작한 10월 한 달간 서울시에 접수된 낙엽 관련 민원은 총 223건이다. 주로 “먼지가 난다” “담배로 불이 날 것 같다” “벌레가 몰린다”는 등의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낙엽에 불이 잘 붙는다고 지적한다. 국립산림과학원 김동현 연구원은 “활엽수 낙엽은 밟혀 부서졌을 때 더 불이 잘 붙는다”며 “건조하고 바람이 초속 3m 이상으로 불면 불이 붙기 좋은 조건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은행잎은 수분 함유량이 높아 불이 잘 붙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물도 조심해야 한다. 서울시 자원순환과 최우진 주임은 “낙엽이 쌓이면 마찰력이 감소해 미끄러워지는데 물에 젖으면 더욱 그렇다”며 “구두를 신었을 때뿐만 아니라 자전거와 자동차도 낙엽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약과 관련해 국립산림과학원 이승규 연구원은 “가로수에 사용하는 농약은 10∼15일이면 태양광에 자연 분해된다”며 “6∼8월이 병해충 집중 방제기간이므로 10월 낙엽에서는 농약 성분이 나오지 않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밝혔다.

낙엽의 ‘바스락’ 소리가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는 “낙엽을 밟을 때 넓은 음대역의 소리가 나는데 이는 시원하고 쾌활한 느낌을 준다”며 “외국에서 우울증이나 자폐증 치료에 비슷한 음대역의 소리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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